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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무」내세운 추방|일본의 북송재개 속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일본적십자사는 28일 지난67년11월12일로 만료된「캘커타」협정의 실효이전 (신청마감 67년8월12일)에 북송을 희망했던 1만5천여명의 재일한국인교포의 북송을 실현시키기 위한 업무를 앞으로 6개월동안 재개한다고 북괴적십자사에 통고했다.
북괴에 발송된 서한형식의 통고내용은 앞으로 6개윌동안의 잠정기간동안「잔무처리」의 형식으로 북송배선을 인정할뿐 새로운 북송협정의 체결이나 회담을 열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일본정부당국자는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비록 새북송희망자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6개월동안 계속해서 교포들이 북송된다는 점에서 이는 협정의「실질적인 연장」의 의미를 갖고있기때문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더구나 북송배선을 인정하는 조건을 둘러싸고 지난해11월27일부터 금년1월24일 사이에 일적과 북괴적십자사간에 열렸던「콜롬보」회담이 완전합의를 보지 못하고 결렬됐던 만큼 앞으로 배선을 실현시키기 위한 회담형식의 교섭이 다시 열릴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되지 않고 있다.
「가나야마」주한일본대사는 28일하오 외무부로 진필식차관을 방문, 일본정부의 이같은 방침을 통고하면서 1만5천명의 교포북송은 일본정부의 기정방침이라고 양해를 요청했다.
일본정부와 일적당국이 잠정조치가 끝난후에도 북송을 위한 북괴측의 배선을 인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아직도 변경하지않고있고, 더구나 재일한국인을 한사람이라도 더 일본국외로 내보내기를 원하고있는 일본정부의 기본정책이 불변이라는 점을 고려에 넣는다면 협정의 유무에 불구하고 북송은 앞으로도 실질적으로 계속될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외무부실무자에 의하면 일본측은 지난8월말의 제2차 한일정기각료회의때 북송문제는 일절 「터치」하지 말라고 주장했었다는것인데 이것으로 미루어 보아도 이번의 교포북송업무재개는 갑작스러운 조치가 아니며 일본의 일관된 대북괴정책 내지는 대한정책의 내면을 단적으로 나타낸것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가나야마」주한대사도 28일 진필식차관과 만났을때 『일본정부의 입장은 협정만료때나 지금이나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는 것인데 이것은「잠정조치」로 북송이 종결되는것이 아니라「그 뒷일」이 아직 남았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석할수 있다.
28일밤 급거 귀국한 엄민영주일대사를 맞아 정부는 그대책을 협의하고 있는데 정부는 단 한사람의 교포도 보낼수 없다 (진외무차관의 말)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조치가 항의로 끝날 것인지, 실효성있는 성과를 거둘 것인지는 두고봐 야할 문제이다.
한편 국회측의 박준규외무위원장이나 차지철의원 같은 이는 『북송재개에 뒤따라 기계류 수출이 있을것 같다』는 우려마저 나타내면서 중공이나 북괴에 대한 일본의 정경분리정책에 맞먹을만한 경제보복조처를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본정부의 북송재개가 오는11월의 자민당총재공선을 앞두고 좌등수상측이 중도내지 좌파의 공세를 막으려는 계산에서 나온 「국내 소비용」이라는 해석을 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추방과 동화」라는 양면책을 구사하는 일본정부의 재일한국인에대한 일관된 정책의 소산이라고 보아야할 것이다.
한편 일본정부는 한국측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30일 외무·법무·후생·내각 관방등 관계 각성연석회의를 열어 대책을 협의할 예정이지만, 기본방침에는 하등의 변화도 있을것같지 않다.
앞으로 정부가 취하는 조치에 따라 경화의 길을 걷게될 한일관계는 국교정상화 3년에 새로운 시련을 겪고있으며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일 관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 새로운 차원의 자세를 강구해야할 중대한 국면에 부딪쳤다. <허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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