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30대의 역사성|20대의 일상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최근에 발표된 소설을 읽으면 두가지의 커다란 경향을 볼 수 있다.
그하나는 50연대부터 활동하던 작가들의 역사적 소재에의 집착이고, 다른하나는60년대 작가들의 일상성에의 관심이다. 50년대의 문학에서 상당한비중을 차지하던 작가로서 한때는 6·25동란의 경험위에<전쟁의 뒷 이야기>를 썼던 작가들이 전자에 속한다. 이들은 그당시 그들나름의 고민을 안고있었으며 그것을 문학으로 형상화 하려고 노력하였다.
손창섭· 서기원· 이활철의 작품이 그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 세 작가들은 성격은 좀 다르지만 다같이 역사적인 이야기를 다루고있다.
그리고 가장 젊은 나이에 4·19와 5·16을 겪은 세대로서 자기의 삶과 그 속에 던져져 있는자기 존재를 파악하려는 작가들이 후자에속한다.

<생활속에 파편들>
이경향은 김승옥으로부터 시작해서 서정인·박태순 그리고 최근에 등장한 최창학에 이르는 20대작가들이 시도하고있는 것이다. 이들의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볼수있는것은 우리가 생활자체에서 만나는 여러가지 문제의 파편들이다.
20대작가들의 이런 경향은 30대이상의 작가들의관심과 상당히 대조적인면을 갖고있다.
「강」「분열식」 「나주완」 에등장하는 서정인의 주인공은 시골출신의「프티·인텔리」가 도시에서 견디지못하고 시골로 내려간다음의 권태로운 생활을보여주고 있으며, 「정든땅 언덕의」 이래의 박태순의 주인공은 도시 출신으로서 일류교를 나오고도 「외촌동」 마을에서 배회해야만했던 사회의 밑바닥에 깔려버린 인간을보여주고 있으며 최창학의 「창」 의 주인공은 시골출신으로서 서울에서일류학교를 다니고도 출판사교정원으로 떨어져있는 무기력한 개인을 그리고 있다.

<지적인 「풍속도」>
이들은 한결같이 개인의 패배를 이야기하고있다. 이들이 그리고 있는 주인공은 우리가 조금만 주의깊게 우리의 주변을 돌아보면 얼마든지 볼수 있는인간들이다.
그러나 매일 똑같은생활의 반복속에서 이따금 자기 자신을<거울>앞에 놓았을때 우리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자신의 왜소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의 작품이란 바로 이런 요즈음의 풍속도라 하겠다. 단순한 일상적 풍속도가 아니라 고도의 지적인 감수성으로 파악한, 긴장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풍속도다.
물론 여기에는 많은 발론이 있을수 있다. 가령 최창학의 「저」 에는 개인의 추악한 면이 너무많이 노출되고 있다고. 그러나 폣병과 여자의 성장에 담긴 죽음의 「이미지」, 여기에 담긴 「섹스·콤플렉스」를 한마디로 비난할수만은 없는 듯하다.
그리고 박태순이 쓰고있는 일상적 언어는 그것이상의 의미를 갖고있다.

<내적고향의 상실>
소설에 있어서 「리얼리티」 한작가의 의식에 가장심하게 작용하고 있는것을 솔직하게 쓰고, 그것의 극복을위한 노력을 말한다고 흔히 하는것처럼 이들은 그들은 삶에서 끊임없이 부딪치는 고민을 이야기하고있다. 이들은 내면적으로 의지할지주를 잃고 있어 내적고향의 상실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내적고향의 상실이란 개인의 의식의 복합적 발전에서 오는것, 다시 말해서 개념의 복잡화에서 온것이라는 말할수있다.
이때에 작가들은 현실에 대해서 전체성대신에 단편적 수찰을하게 된다. 그들은 삶자체에서 오는 여러가지갈등을 갖고있기때문이다.

<전체적 현실파악>
반면에 30대작가들이 역사적 소제에 집착하는것은 자아의 갈등의 약화내지는무연때문인듯하다.
삶과의거리를 유지하고있는 역사적사건에서 현실과의 어떤 연관성을찾으려는 것이 그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현실에대한 단편적 초찰보다 전체성의파악에 기울어지고있다.
서정인의 「강」 과 「나주댁」, 박태순의 작품에서는 개인의패배주의가 대사회적 확산을 내포하고있고, 최창학의 「회」에서는 그것이 밀폐된 자아 속에서 이루어지고있긴 하지만,그들의 일상성은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물론 이작품들은 대단히 마음에 거슬리는 내용을 갖고 있어서 때로는 불쾌감을 준다. 그러나 이런 정신적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것을인성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는 문학이 지향하는 바 인간의 구원을 추구할 수 없다. 그렇다고 패배한 일상성만을 이야기할 수는없다.
이들에게는 일상성속에있는 패배주의의 극복이라는 문제가 남아있다.

<패배주의의 극복>
따라서 그들의 작품은도정의 문학이라하겠다. 패배주의를 극복할때 그들은 역사적 소제에 매달리지 않을 것이며, 끊임없이 정직한 삶과 인간의 구윈을 추구하게될것이고, 그리하여 지금의작품들이 한 시기의 고민의결정이라는 이유로 보다큰 평가를 받게될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