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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채발행과 재정적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세입을 훨씬 초과해서 책정한 새해 세출예산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정부가 1백85억원에 달하는 철도채권·도로국채·산업금융채권등 각종공채를 발행, 소화시킬계획을 세우고 있는데대해 5일 한은당국은 이것이 결국 금융기관의 공채인수로 귀결되고 그로써 야기될 통화질서의 혼란을 내다보고 깊은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현재 국회에 회부되어 있는 69연도예산안은 공무원처우개선·한해대책·신규개발사업의착수 및 추진등으로 우리나라 사상최대규모로 팽창되어있는데 정부는 그에따른 세입결함을 비전년도2백40억원규모의 관세·전매수입증가와 본예산기준으로만도 비전년도 6백56억원이 증가된 내국세증수로써 충당하고서도 모자라, 궁여지책으로 이와같은 각종공채발행으로 메우려 하고있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이와같은 움직임은 과거 수년동안 재정상의 적자요인불식에 상당한 노력을 경주하고 일체의 공채발행을 중단해 왔던 정부의 재정건전화정책의 사실상의 후퇴라 보지 않을수 없는 것이며, 누차안정기조위에서 적정한 성장을 촉구해 마지않은 본란으로서는 거듭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한은당국의 이러한 우려는 충분히 이유가 있는 것이며 한은당국자가 과거 건국국채, 산업부흥국채 등을 발행했을 때의 예를 들어, 그것이 결국 한은의 직접 인수로 의해 통화증발을 가져왔었고 그로 인하여 격심한 「인플레」를 조장한 쓰라린 경험을 상기시키면서 만약 국채발행이 만부득이한 경우에는 시중공모를 원칙으로 한 몇가지 조건이 수반되어야함을 제시하고있다.
한은이 제시한 주요건의는 ①중앙은행 인수를 막는 법제화 ②시중공모 ③공채 상환 기간의 단축과 이자율 대폭 인상 ④공채공동인수단에 의한소화 ⑤금융기관의 준비자산으로인정 ⑥공채소화촉진을 위한 조세금융거래면에서의 우대 조치 등이라 하는데 이것들은 공채발행에 따른 통화교란 요인의 제거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요청이라 할 것이다. 그 중에도 특히 중앙은행의 직접인수를 막고, 유리한 상환조건으로 된 공채의 시중공모장려책을 건의한 것은 국민의저축을 늘리고 정부 재정자금의 원활한 조달책으로서도 가장 타당한 방책임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할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본다면 정부는 빈번한 공채발행과 이의 한은인수로써 안이하게 재정자금을 조달하는 타성에 젖어있던 만큼 현재와 같이 심각한 재정경화현상으로 신규개발사업추진에 소요되는 재원확보에 허덕이는 정부가 다시 이처럼 안이한 방편에 의존하려는 유혹에 사로잡히게될 우려가 있다는 것은 결코 상상에어렵지않다. 그러나 공채인수로 인한통화증발 및 이로인한 유효수요의 창조는 우리의 현하 생산여건에 비추어볼적에 필연코 악성 「인플레」를 유발시키기 않을수 없다는 것을 지적해두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국민경제적 견지에서 금융통화질서를 견지해야할 입장에 있는 중앙은행이 공채인수로 스스로 그 금융질서를 어지럽힌다면 자가당착도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며 또 이런점에서 여러 나라가 법제상 이를 제한 또는 금지하고 있다는 것도 당연하다 하겠다.
따라서 우리는 한은당국이 통화안정정책의 기축적 역할을 다해야할 입장에서 정부의 공채발행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정부는 빈번한 공채발행과 이의중앙은행을 통한 인수라는 재정조달방법을 단연코 배격해야 할 것이고 설사 공채를 발행하는 경우에도 이는 오로지 국민의 저축의욕을 북돋워주는 방향에서 소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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