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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내가 좋아하는 피서법은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것이다. 몇해전 여름엔가, 나는 「파스테르나크」의 작품을 갖고 여름을 보냈다. 특히 『의사지바고』는 우리에게 「러시아」를 재발견케 만든 책이다. 그것은 「러시아」가 지배자만의 나라가 아니요, 이름없는 평범한 사람
들의 고향임올 일깨워 주었다. 이한권의 책은 어떠한압제라도 인간의 영혼마저 억누를 수는없음을 다짐해주었다. 나는 그의 서정시와 소설을 읽으며, 그가 말한 『소리없는 행복의 음악』에 도취됐다. 그의 신비로운 감화력은 인간이있는곳은 어디나 사랑의 지배의 새벽이올것을확신한데있었다.
철도원, 농부, 지식인, 상인, 의사, 교수, 학생, 군인,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꿈을 안고 낭만에 사는젊은이들…이들은 모두 「푸시킨」과 「레르몬토프」와 「톨스토이」의 불
후의 작품속에 부각된 반가운 얼굴들이다.
젊어서 「레르몬토프」에 심취 했던 「파스테르나크」는 「피아니스트」인 어머니의 영향
으로 음악을 수업했고, 한때는 작곡가가 되려고 까지 했었다. 그가 특히 좋아한 작곡가는 「스크리아빈」이 었는데, 그의 신비스런 화성과 음색의 처리법이며 상징적인 작풍은 「파스테르나크」의 시작에 적지않은 자국을 남겼음직 하다. 「톨스토이」의 『부활』의 삽화를그린 화가인 아버지로 부터는 심미적 감각을 이어받았다. 이러한 예술적 분위기속에서 한 서정시인이 나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혁명후에 그는 미래파의 젊은 시인들과 더불어 문화참여를 했었다. 그의작품에서는 혁명, 반란, 굶주림, 전쟁이 배경을 이룬다. 하지만 「러시아」의 근대사가 폭풍의 되풀이였고보면 그것이 아무리 가혹하다 해도 참 예술가의 눈에서 외면될수없는현실이다. 그는 말한다. 『예
술은 단순히 생의 묘사가아니라, 존재의 특성의 표현이다』고. 각 시대와 역사적 존재의 각단계는 『알려져 있는것』과 『나타나지 않은것』의 두 측면이 있으며 알려져있는 세계를 통해서 나타나는 미지의 의미를 밝히는 것을 예술가의 본분이라, 그는 보았다.
1960년, 당국의 감시속에서 쓸쓸히 숨을 거두기까지 그가 27년을 묻혀 산 눈에 덮인 「페레델키노」의 산천,『생이 아직도 개인들에게 주의를 보이는성 싶었고, 미워하기 보다는 사랑하기가 훨씬 더 자연스러웠던 그 마지막 여름』을 지낸 「우술리」지방, 「모스크바」에서 「우랄」산맥을지나 「시베리아」로 뻗는 철도 등― 그것은 위대한 서사시의 무대를 상기시키는 낯익은 풍경들이다.
인간사회의 처절한 폭풍속에서도, 인간은 그저 정상의 생활을 찾는 소박한욕구마저 저버릴수는없고, 「라라」가 상징하는 사랑스러움과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찾기를 멈출수는없다. 아마도 이 세기가 낳은 가장 아름다운 서사시의 하나가 오늘날 「탱크」와 군화로 표징되는
소련에서 산출되었다는 사실은, 어떠한 압제에도 굴하지 않는 인간성의 영원한 승리를 의미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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