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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수가제 반발 … "부인과 복강경수술 거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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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다음달 1일 시행되는 대형병원 포괄수가제(정액진료비)를 두고 산부인과 의사들이 시행을 거부하고 나섰다. 대한산부인과학회(이사장 김선행 고려대 의대 교수)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현행 방식대로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면 다음달 1일부터 일주일간 일부 수술을 거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거부 병원은 43개 대학병원, 거부 대상 수술은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이다. 복강경은 배를 열지 않고 1~4개의 구멍을 뚫어 내시경으로 자궁의 혹 등을 제거하는 수술 기법이다. 산부인과 수술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포괄수가제는 진료 행위의 양이나 사용하는 재료 등에 관계없이 수술비를 미리 정한 제도다. 수술 시간이나 방법, 재료 등에 큰 차이가 없으니 기성복처럼 값을 미리 매긴다. 지난해 7월 동네의원과 중소병원이 도입했고, 올 7월부터는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이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자궁 등 7개 수술이 대상이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다른 수술과 달리 제왕절개나 자궁(자궁부속기) 수술이 환자에 따라 난이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를 규격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산부인과학회 신정호 사무총장(고려대구로병원 교수)은 “까다로운 수술일수록 시간과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데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면 이런 환자를 기피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고, 산부인과 수술 기법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학병원이 중심이 돼 이런저런 기법을 시도해야 기술이 느는데 그게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또 신 총장은 “지혈제가 5000원부터 70만원까지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좋은 재료를 쓰지 못하게 되고 100만원이 넘는 초음파 절삭기 같은 재료를 사용할 수 없게 돼 수술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배경택 보험급여과장은 “7월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은 건강보험법에 이미 규정돼 있다”며 “편차가 크고 비용이 많이 드는 수술이 있다는 사실을 자료로 입증하면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수도 있는데 산부인과학회가 그러질 않았다”고 반박했다. 배 과장은 “7월 시행 이전에 학회 측과 협의해서 원만히 해결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포괄수가제(DRG)=정액진료비제라고 한다. 백내장·치질(항문)·편도·탈장·맹장염·제왕절개·자궁(자궁부속기) 등 7개 수술에 적용한다. 비보험 진료비를 포함해 진료수가를 미리 정해 그 이상 받지 못한다. 예를 들어 제왕절개 수술은 150만원인데, 재료나 시간에 관계없이 이 가격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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