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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를 후일로 미룬 한일회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에서 개최된 제2차 한일각료회의는 사흘간에 걸친 회담을 무사히 끝내고 폐막에 앞서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공동성명서는 한국의 안전과 번영이 일본의 그것과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하여 양국이 그 공동목표의 달성을 위해 계속협조하고 노력할것을 재확인 하고있다.
그중에서도 전국민이 특별한 관심을 집중시켜오던 양국간의 경제협력의 추진책에 대해서 공동성명은 무역불균형개선·보세가공에대한 면세제도·농수산기술협력위설치등에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다고 말하고있다. 따라서 이번 한일각료회담은 차관획득을 주 과제로 삼았던 작년 동경에서 열렸던 제1차 회담과는 달리, 다분히 구체적인 경제제반문제가 논의된 듯 하고, 지나친 대일의존인상을 볼수 없었다는 점에서는 진일보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과거부터 기회있을 때마다 지적한 대일무역불균형의 시정문제에 대해서 이 공동성명이 그 개선을 위한 노력을 다짐하는데 그치고 그이상의 실질적인 언급이 없는것은 결코 만족스러운 것이라고는 하지 못할것이다.
제1차산품에 대한 대일수출증대는 이미 제1차 회담에서도 일본측이 국내사정이 허용하는한 한국산품의 수입증대에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바 있으나, 일본측은 그뒤에도 해당국내업자의 보호를 구실삼아 양적제한 철폐에대한 조치에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았던것이 공지의 사실로 돼있다.
과거 일본측의 이러한 실천상황을 아는 사람으로서는 무역관계개선을 위한 원칙적 합의라는 표현은 공허한 넋두리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라는 느낌마저 금할 수 없다는것이 솔직한 국민의 심정일 것이다.
그렇기는 하나 이번 한일각료회의에 전혀 소득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며, 무역확대를 위한 서광이 약간 엿보이는 면이 있음도 부인할수 없다 하겠다. 즉 보세가공용 원자재에대한 관세면제를 위해서 3개월 이내에 구체적인 대상품목을 결정할것이라고 한것과 제1차산품의 교역중대를 위한 관세인하 등을 해결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한것등은 그 실례일 것이다.
한편 일본측이 집요하게 요구한 조세협정·공업소유권인정문제 등은 이미 실무자급회의에서 결렬을 보았던것이라 그 귀추가 매우 주목되었으나 조세협정은 가장 합리적인 과세원칙에 입각하여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협정을 해결하도록 노력하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으며 또 공업소유권문제는 각종소유권의 일괄협정을 협정대상으로 삼았으나 일본측의 상표권 협정만이라도 우선 맺자는 주장을 수락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본란은 이번 한일각료회담이 가져올 이해득실을 성급하게 따질 생각은 없으나, 국제간에 체결된 모든 협약의 실천여부는 오직 당사국의 성의여하에 따라 그 실효를 기대할 수도, 또 사문화할수도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이번 한일간의 공동성명에서 밝힌 각종 합의사항에 관해서도 우려는 다만 일본측이 이 성명에서 약속한 사항을 성의를 다하여 실천해주기 바라며, 대일무역불균형시정을 포함한 제반문제가 내년에 있을 제3차 회담에서 다시 되풀이 되지 않도록 일본측의 노력을 다시한번 촉구하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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