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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비극과 소의 정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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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늘의「체코」의 비극은 온 세계의 선량한 양심의 소유자들이 같이 통곡치 않을수 없는 비극이며 또 모든 약소국의 정의의 호소가 짓밟히고있는 비극이 아닐수 없다. 27일, 한주일 동안의 담판결과라고 하여 「모스크바」에서 「체코」와 소련정부대표자들의 이름으로 발표되었다는 공동성명은 말인즉 『우정과 형제애』를 들추며 『상호존중, 평등, 영토보존, 독립』을 존중한다는 원칙밑에서 「체코」영토내에 침범했던 소련군대와 「바르샤바」조약군을 철수할것과 「체코」의 내정에 간섭치 않을것을 소련등의 침략국이 약속했다고 하나, 공동성명의 그다음 내용은 「체코」란 나라가 독립국이 아니고 소련의 한속국에 불과한것이라는 여러가지 주권의 제약을 강요당하고 있는것이다.
허울좋게 「체코」의 자유화운동에도 찬동하며 언론자유도 좋다고 하면서도 소련의 「체코」에대한, 내지는 동구라파 전반에관한 소련의정책에는 입을 꼭 다물어야할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런것을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솔직히 토론된 한 국가대표의 결론이라고는 누구도 인정할수 없을 것이다.
「모스크바」란 담판장소부터가 문제가 아닐수 없었다. 더구나 담판의 진행이 20만 혹은 30만이라는 소련군대가 2천여대의 전차를 몰고 들어와 「체코」의 영토점령뿐 아니고 정부청사까지 완전히 적국과같은 점령하에 두고 맨주먹밖에 못가진 「체코」시민에게 소총, 박격포등을 마구 쏘아대며 「체코」의 수도「프라하」를 비롯한 여러도시를 피로 적시고있는 그동안에 담판아닌 굴복의 항서에 서명케했다는 사실을 생각할때 이것은 확실히 피에 주린 약육강식(약육강식)의 현대판 제국주의의 산표본이 아닐수 없다. 『솔직하고 동지적이고 우호적인 분위기』속에 회담이 진행되었다는 말이야말로 침략의 화신(화신)인 무력폭력주의자들만이 할수 있는 뻔뻔스러운 거짓말임을 그들 자신이 입증하는거나 다름없다.

<암흑·냉혈의 세계>
우리는 일찌기 잔인 무도한 강도단의 쓰라린 침략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일본이라는 극동의 신흥제국주의자가 이땅에 발을 붙이면서 저들군대는 총칼로써 궁정과 정부내를 어지럽히며 보호·합방의 조약을 강요하는동안 국민은 통곡하며 피를 뿌렸다. 자유와 독립을 위한 항전은 거의 반세기동안 계속되었다. 그뿐이랴 해방의 감격을 맞이하는 그날에 국토가 두동강이 났는가하면 북녘하늘 밑에서는 소련공산군의 지배밑에 새로운 정복지배의 권력이 서면서 공산당에 아부하고 추종치 않는 자를 모두 적으로 모는통에 수십년 민족운동에 피땀을 바쳐온 지사·혁명가들을 수없이 숙청의 제물로 하는가하면 공산분자도 소련의 앞잡이로 판박히지 않은 인물들을 또 대량 숙청해온 사실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또 6·25의 공산침략은 동족도 형제도없는 잔인한 살륙의 비극을 그대로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러면 그6·25의 배후조종자는 누구였던가. 다름아닌 소련이요, 중공이었다.
우리는 공산당과 공산국가의 정체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소련을 상전으로 모시고있는 공산국가들은 어디까지나 침략·정복·지배를 위하여 수단방법을 가리지않고 세계인민의 양심을 공산권력의 음모·독재 속에 잡아넣으려는 것이 그들의 목적의 전부인 것이다.
가능한 모든 불안과 공포·혼란을 조작하는 가운데는 진실과 거짓의 구별이 없다. 인민대중의 이름을 내걸고 인민대중을 우롱하며 공산당은 소위 철(철)규율을 강요하면서 모든 소식을 끊고 비판을 금하고 오직 하나의공산당과 그 독재자에 대한 찬성과 예찬만이 허락되는 암흑천지를 만들어놓는다. 그런때문에 부모형제의 정도 사랑도없고 친구의 우정도 느낄수 없는 비밀정보망 속에 온 인민은 항상 공포속에 한 기계의 어느 부속품같은 생활을 해야만 한다. 인간의 타고난 양심의 자유와 존엄이 이처럼 무시되는 암흑·냉혈의 사회가 곧 공산국가의 조직이요, 사회인것이다.

<항쟁사의 새장>
「체코」의 비극은 앞으로도 더 크게 인류양심의 역사를 피로 기록케 될것이다. 또 국제정치상 강대국간의 세계 재분할같은 세력권의 재확인을 위한 밀약의 묵은문서와 새로운 흥정속에 많은 약소민족 국가의 외치는 국제정의를 위한 새로운 항쟁의 기록이 역사를 장식할것이다. 거기에는 정부대표나 공식의 대표자의 이름보다도 국민대중의 소박한 양심과 지혜와 용기가 더 빛을 낼것이다.
「체코」의 경우도 「두브체코」나「스보보다」의 지도력도 대단한 것이었다고 하지만 거의 일치된 국민대중의 정열에 넘치는 저항없이는 지도력을 발휘할나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중요한 사실은 그들 지도자들의 지혜나 용기는 이미「크렘린」의 포로 같은 환경에서 공산당의 국제전략에 복종치 않을수 없는 함정에 빠져 있었다는 점이다. 「체코」의 자유화운동에는 한걸음의 후퇴도 없으리라하며 소련군의철퇴와 내정불간섭은 아무리 철석같이 약속되었다고 한 「스보보다」대통령의 말을 「체코」국민대중이 그대로 받아들이려하지 않는것도 그때문이라 할것이다.
소련은「체코」의 사태를 보아 군대를 점차 철퇴할것이라고 하는것은 「체코」의 복종을 감시코자하는 일종의 패전국에대한 보장점령과같은 반항구적인 뜻을 가지는것이다. 그뿐 아니고 소련은 다시「루마니아」와 「유고」에 대해서도 강력한 군사행동을 개시하고 있는듯하다.
이러한 소련의 행동은 무엇을 뜻하는가. 세계여론의 냉혹한 공격과 많은 외국공산당들의 비판을 사면서도 2차대전의 결과로 얻었던 동구라파의 세력권. 즉 위성국가를 여전히 소련자신의 손아귀에 넣어두어야겠다는 것은 이미 미국을 위시한 다른 강대국의 눈치를 살피고 나서 안심하고할 수 있는 일이라는 태도인 것이 아닌가싶다.
이경우에 소련에 대한 세계최대의 강국 미국의 태도는? 또「유엔」은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것이 주목거리가 아닐수 없다. 국제법이 말하는 국제정의도「유엔」헌장의 정신도 폭력자의 주먹행위를 제재할 아무런힘도 의사도 못 가진다면 세계평화는 억지춘향의 놀음밖에 아니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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