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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안의 쥐」 작전개가|서귀포 무장공비를 섬멸하기까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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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귀포=함원종기자】어둠을 타고 서귀포앞바다까지 침투한 간첩선은 육·해·공타격대의 기민한 입체작전에 의해 타진되었다.
「독안의 쥐」작전이 불을뿜기 시작한것은 간첩선이 바다위에 모습을 나타낸 20일 밤10시20분쯤부터.
대담하게도 서귀포 7백미터 바다의 토끼섬과 범섬사이로 깊숙이 숨어들어온 간첩선(75톤·35노트·16인승)에서 고무「보트」하나가 내려졌다.
고요한 밤바다에 노를 저으며 살금살금 다가온 두검은그림자가 서귀읍 남성리 속칭 황우리절벽(높이 약20미터)밑에 찰싹 달라붙었다. 하오10시47분.
간첩들이 접선을 꾀한 황우리 절벽에는 아군 잠복초가 숨을 죽이며 미리 기다리고있었다.
「탕」하고 정적을 찢은 조명탄발사를 신호삼아 잠복초의 총구는 일제히 불을 뿜었다.
절벽을 기어오르려던 두 간첩중 이동환(26·평양)이 소리없이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정창용(28)은 독안의 쥐처럼 대낮같은 조명탄 빛에 쫓겨 갈팡질팡 했다.
척후를 내보내고 동정을 살피던 간첩선은 조명탄이 터지는 것을 보자 사태가 험한것을 눈치채고 35노트의 최대속력을 내어 외해를 향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다에도 그들이 달아날 길은 없었다. 포구밖에 미리 진을 치고있던 해군경비정에서 기관포가 불을 뿜었다. 포탄세례를 받으며 안간힘을 다하여 달아나던 간첩선의 선장실에 명중했다. 포탄을 피하려고 「지그재그」로 달아나던 간첩선은 서귀포동 남쪽30마일 해상에서 치명상을 입고 완전히 기동력을 잃어버렸다.
이때 배안에 있던 간첩12명 중 9명은 아군의 집중사격을 받고 사살되었으며 살아남은 3명이 바닷 속으로 뛰어들었다가 아군함정에 생포되었다.
황우리 절벽 밑에서 달아난 간첩정은 아군의 끈덕진 투항권고도 못 들은채 절벽중턱 토굴속에 숨어있다가 토굴 앞에 나타난 서귀경찰서 정종배순경(26)을 쏘아 중상을 입히고 수류탄을 던지며 반항하다 집중사격을 받고 죽었다.
간첩들은 한사람이 기관단총한자루와 권총한자루, 수류탄3발 등 중무장을 하고있었다.
총격전이 벌어지자 때아닌 총소리에 놀란 서귀포시민들이 거리로 뛰어나와 불안한 표정을 지었으나 당국에서「마이크」를 통해「대간첩훈련중」이라고 알려주자 실전인 줄도 모르고 마음들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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