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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진고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요즈음 교육상의 문제라고하면 아무래도 화제가 또 중학무시험 진학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이 문제에 관해서는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우리나라의 신문·「라디오」·TV할 것 없이 모든「매스·미디어」가 총동원되어 연일 그 공죄를 따지고있으니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 이상 더 보태야할 아무것도 남아있을 것 같지가 않다.
지금까지의 논조를 보면 이 무시험진학은 대체로 대호평인 것 같고 특히 내년에 입학 지옥을 치러야할 자녀를 가진 학부형들이 쌍수를 들고 무조건 이 개혁에 찬성하고 있는 듯하니 참으로 다행한일이고 반가운 현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내년도에 중학에 입학시켜야할 자녀를 가진 학부형 여러분에게 미리 단단히 다져두어야 할 일이 꼭 하나 있다. 그것은 추첨이 끝나고 난 뒤에 가서 이 무시험 추첨제는 비교육적이고 불합리한 것이라고 불평이나 불만을 터뜨리지는 행여 말아 달라는 점이다. 8월 중순 현재로 서울시내에는 모두1백34개의 중학교가 있고 그 중에서 1백3개교가 사립이다.
총31개의 공립중학만 보더라도 그 시설에 다소의 차가 없지는 않으나 그래도 그차는 사립만큼 크지는 않다. 또 교사의 질도 공립같으면 시교위에서 일반적인 인사이동을 해서라도 평준화할 수가 있으나 사립은 그것도 불가능하다. 또 세칭3류라고 칭하는 중학에 재학하는 학생 중에는 불량배와 비슷할 정도로 질이 낮은 학생도 없지는 않다.
그러니 학부형 여러분은 아예 여러분의 자녀가 시설이 빈약하고 교통이 불편한 그러한 학교에 간다고 미리 톡톡히 각오를 해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설마 내 자식이 그런 학교에 가랴!』하고 설마만 믿고있다가는 추천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이 제도는 불합리하다고 아우성을 치기 마련이니 말이다.
원래 인간이란 건망증이 심한 동물인지도 모른다. 어린아동들을 입시준비라는 지옥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었으니 지금의 학부형의 심정같아서는 그 외의 어떠한 희생이라도 달게 받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어느덧 날이 가는 동안에 잘했다는 고마운 생각은 무소되고 막상 추첨의 결과 거리는 멀고 시설이 빈약한 학교로 배치를 받게 되었을 때, 그때에는 그 전날의 고마왔던 심정은 아랑곳없이 이제는 무시험 추첨제를 악평하고 저주하기가 십중팔구일 터이니 말이다.
예로부터 고진감래의 반대는 감진고래 밖에 또 있을리 없으니 그것쯤이야 이미 다 잘 알고 있을 줄 믿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기에 다시 한 번 톡톡히 다져 두어야만 하겠다. 이종환 <국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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