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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겉도는 북한인권법안 … 여야 논란 재점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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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탈북 청소년들의 강제 북송 사태를 계기로 북한인권법 제정 문제가 이슈로 떠오를 조짐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 때 민주당이 긍정적 태도를 보였던 북한인권법안을 매듭지어 앞으로 탈북자들의 안전보호에 진전이 있게 하고 북한(인권)도 개선하는 입법적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선 전 문재인 후보가 “북한 당국에 인권개선 조치를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것을 상기시키며 민주당을 압박한 것이다. 김태흠 원내대변인도 2일 논평을 통해 “새누리당은 이번 6월 임시국회 중점 법안으로 북한인권법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대협 간부 출신이었다가 북한인권운동가로 전향한 경력을 가진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인권법이 제정됐다면 강제 북송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NGO와 대사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고 현지 대사관에 정보관이 한 명에 불과해 정보력이 부족했다”며 “북한 인권법이 통과돼 관련 재단이 만들어져 있었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채널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강제 북송 문제와 북한인권법안은 별개 문제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라오스에서 벌어진 탈북자 송환 사태를 북한인권법안과 연계시키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탈북자 송환 사태는 현지 공관의 무사안일한 대응의 결과이지 북한인권법안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전 원내대표는 “그런데도 북한인권법을 꺼낸다면 이는 정부의 실패를 가리기 위한 것이란 의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당은 ‘북한인권’이란 말을 동시에 쓰곤 있지만 생각하는 내용은 판이하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에 들어와 윤상현·이인제·조명철·심윤조·황진하 의원 등 5명이 북한인권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재원확보 ▶북한인권 기본계획과 집행계획 수립 ▶북한인권자문위원회 설치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에선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심재권 의원이 ‘북한주민 인권증진법안’을 냈다. “정부는 인도적 지원사업을 통해 북한 주민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도록 노력한다”고 명시해 남북 간 교류·협력을 통한 대북 지원을 북한인권 개념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새누리당과 보수 진영에선 민주당의 법안을 “무늬만 인권법안”이라고 비판하고 있고, 민주당은 새누리당을 향해 “북한 주민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키는 효과가 나올지 의문(전병헌 원내대표)”이라고 받아치고 있다. 이로 인해 2005년부터 8년째 북한 인권법안 문제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런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 6월 국회에서도 북한인권법안 처리는 여의치 않을 수 있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관계자는 “남북 관계가 경색된 지금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는 게 남북 관계에 실익이 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탈북자 출신의 조명철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야당은 실효성의 문제를 제기하는데 우리 정부가 북한인권법을 채택해 명확한 입장을 정하면 세계 다른 나라는 물론 중국에도 자극을 줘 북에 공동의 경제·외교·사회문화적인 압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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