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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재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미국의 주간지 「타임」과 「뉴스위크」는 3주일째 연거푸 약속이나 한듯이 「독자의 편지」에 교황 「바오로」6세의 회칙을 다루고 있다. 지난주는 이 난이 온통 그 문제로 메워지는 일까지 있었다. 때마침 미대통령 후보지명이 있었던 것을 상기하면 그것이 얼마나 이례적이며 화젯거리인가를 알 수 있다. 금주에도 역시 「독자의 편지」난 우두머리는 그런 화제로 메워졌다. 「로즈마리·E·달튼」이라는 한 주부의 편지를 읽어 본다(타임지에서). 『천주교도인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애인이며 의사로서 또한 운전사이자 사회사업가이며 성령을 받은 사람이며 신앙요법가이며 사회조직의 발기인이며 자선사업가이며 조리사에다 정원사이며 세탁공이며, 목수이고 비서이며 「메신저」이고 간호원이며 예술가이고 내과의이고 조원사이고 주부로서 「리듬」법(멘스주기법)은 아이를 낳게 하고, 심리적 갈등과 분노와 무취미와 울적함과 모순과 불평과 불행과 환멸과 불만과 미흡과 쓴맛과 불안과 더욱 더 많은 아기를 주었읍니다. 약(산아를 막는)이야 말로 조화와 원활한 의사소통과 충만감과 만족과 그리고 용기와 사랑과 평화와 「그리스도」를 찾아 주었습니다.』
이쯤되면 그 주부의 흥분한 표정마저 지레짐작할수 있다. 독자의 편지들이 한결같이 이 교황에 대해 감히 불경스럽고 노골적인 불만들의 표시인 것도 실로 주목할만하다.
자연법이외의 산아제한을 금하는 교황의 그 회칙은 미국뿐아니라 전세계릍 휩쓸고 있다. 영국의 「런던·타임즈』는 회칙이후 벌써 4차례나 1면 「톱」으로 그 문제를 제기했다. 물론 비간적인 입장을 두둔하는 편집이다. 「가톨릭」국인 「프랑스』의 신문들까지 서슴지않고 반대입장이다.
「파리」의 한 저명한 부인과의사는 불여성의 1%만이 교황의 편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좋을대로 해라. 그리고 나에게 묻지를 말라』고 교도들에게 고함을 지르는 성직자도 있다.
이번 교황의 회칙을 『기독교의 재난』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제2의 「갈릴레오」사건』이라고 격분하는 사람도 있다. 전통적인 진보계인 화란의 「가톨릭」교회는 정면으로 교황앞에서 반론을 제기했다.
교황은 어느 세기보다 어렵고 딱한 시기에 직면하고 있다. 「바티칸」의 동정에 절로 시선이 간다. 그것은 바로 「양상의 현대판해석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관한 궁금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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