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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자화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무척도 변했다. 제얼굴이 스스로 놀랍다. 정착할 지점을 모르는채 닥치는대로 달려온 「과정」 만이 어수선하게 널려진 벌판에서 동서남북을 가릴수없어 어리둥절한모습이다. 최신형 최고급품을 걸치고 안주머니에 살금히넣어둔 녹슨담뱃대의 감촉에 향수를달래는 그런어설픈 표정. 탐욕스런 섭취력이 빚어낸 분간할수없는 누적물들이 어지럽게 진열돼있다.
순서가 뒤바뀌었다고 불평할 까닭은없다. 아무렇게나 맞춰지는 대로 맞춰 놓아 불변이없고 그저 그렇게 움직여지면 오늘은 우선영위되고 그영위속에서 내일이 잉태되고…그렇게 살아온 오늘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산도 물도 사람도 변하는 20년의 세월에 어찌 버티고서서 어제의 자 (척) 로만 재려는 어리석음을 범할수있으랴, 허나 우선 어지러운대로 오늘을 점찍어 놓고 숨이라도 돌려봐야할게 아닌가 부엌이 어느새 나무에서 연탄으로 바꿔지는 동안 그수없이 죽어간 「개스」중독사자들에게 명복을 빌 사이도없이 기름으로 바뀌고 「개스」로 줄달음 치고…. 「우동」이 왜식이라고 배격하다말고 「라면」을 후루룩 마시는동안 우리는 「발전」돼왔고 「코로나」차에 「미니」의 상큼한 무르팍을 드러내놓고 고속시대의 바람에 맞추는 식성을 갖춰나가려면 우선 오늘 서있는 발판이나한번 다시 굽어봐야 할게아닌가? 퇴색할새도없이 또 변해가는 「과정」을 숨차게 치따르는 이요동속에서 그숱하게 춤춘 낱말들을 하나하나 외워둘 필요는없더라도 자꾸만 변해가는제얼굴에 놀라지는 말아야 할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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