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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그리고 30년 … 그들은 현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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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가수 경력 조용필(왼쪽) 45년, 이문세 30년. 각기 색깔은 다르지만 둘 다 세대를 아우르는 히트곡이 많다. 크든 작든 콘서트로 관객을 만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왔다. 이문세는 그와 함께해온 팬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노래 ‘땡큐’를 1일 콘서트에서 발표했다. 조용필처럼 올해 10년 만의 정규앨범도 낼 예정이다. [사진 인사이트, 무붕기획단]

첨단의 조용필(63), 감성의 이문세(54)-.

 지난 주말,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 5만 개의 별이 떴다. 이문세가 가수 인생 30년 만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경기장 무대에 도전한 ‘대.한.민.국. 이문세’ 콘서트가 1일 열렸다. 주최 측에서 나눠준 공식 야광봉을 든 5만여 관객을 이문세는 ‘별’이라고 불렀다.

 방이동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선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조용필과 밴드 위대한 탄생이 ‘헬로’ 전국 투어를 시작했다. 매일 1만여 명씩 총 3만 명이 찾아왔다. 둘의 색깔은 달랐지만 하나같이 관객을 행복하게 만드는 공연이었다.

 ◆진화하는 첨단 뮤지션=체조경기장은 통상 1만5000명을 수용한다. 하지만 조용필은 공연장의 3분의 1을 무대로 채우고 객석은 1만 석만 남겼다. 무대 전체를 채우는 맨 뒤쪽의 화면, 드럼·코러스 앞쪽에 위치한 4폭의 미닫이 화면, 무대 테두리와 전면에 설치된 화면까지 3겹의 ‘미디어 월’이 변화무쌍하게 연출됐다.

 아이맥스 영화 부럽지 않을 만큼 입체적인 영상 효과였다. 공연 도중엔 고개가 저절로 객석 뒤쪽으로 돌아가곤 했다. 전면의 스피커만이 아니라 후면의 스피커에서 다채널로 소리가 나오는 서라운드 입체 음향 덕분이다. 돔의 천장에 무늬를 새기는 레이저 조명은 관객들이 위를 올려다보게 만들었다.

 무빙 스테이지는 가왕을 관객 앞으로 실어 날랐다. 그만큼 관객과 가까워진 가왕은 손에 잡힐 듯했다. 완벽한 사운드, 첨단의 기술로 관객에게 최고의 음악을 들려주려는 노력이 집약된 무대였다. 물론 ‘바운스’풍의 통통 튀는 기타 반주에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르는 등 애교 섞인 반전, 나이를 두고 걱정하는 이들을 거론하며 “아직도 한 두 세시간은 자신 있다”며 쑥스러운 듯 진심을 털어놓는 조용필표 ‘재담’도 매력적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세대가 공감하는 19집 음악, ‘단발머리’ ‘못찾겠다 꾀꼬리’ ‘큐’ 등의 명곡이었다.

 ◆5만을 묶은 감성 공연=발라드 가수가 5만 석을 채울 수 있을까. 우려는 유료 관객 4만8500명이라는 대기록으로 깨끗이 씻어냈다. 런던 다리를 닮은 대형 무대, 유려한 영상, 주경기장의 최대 약점인 울림 현상까지 제어한 음향까지 기술적으로 모자람이 없었다.

 하지만 이문세의 강점은 역시나 감성이었다. 공연 전 객석에 앉은 관객을 한 쌍씩 카메라로 비추며 “두 분은 연인이세요? 사랑하신다면 안아주세요”라는 문자 대화로 분위기를 풀었다. 첫 곡은 ‘애국가’였다. 이문세의 지휘에 맞춰 5만이 합창했다. 이보다 유쾌하게 ‘애국가’를 부른 기억이 있었을까.

 이문세 히트곡 대부분을 지어준 작곡가 고 이영훈을 추억하면서 ‘그대와 영원히’를 부를 땐 마치 고인의 영혼이 찾아와 피아노 앞에 앉은 듯 자동으로 건반이 눌렸다. 뮤지컬처럼 화려한 무대도 있었지만, 이문세 홀로 통기타를 들고 나와 대공연장에서도 소극장에서처럼 몰입할 수 있음을 보여준 시간이 더 인상적이었다.

 안성기·김완선·이금희·박경림·박찬호·허각·송종국·김태우·성시경·윤도현 등 30여 게스트 군단은 이문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증명하는 듯했다. ‘붉은 노을’ ‘광화문 연가’ ‘옛사랑’ 등 모두가 합창할 수 있는 숱한 히트곡에 이문세표 입담이 어우러져 시종일관 유쾌했다. 공연이 끝나자 스태프 600여 명의 이름이 적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다. 얼굴 모를 이름들이 긴 여운을 남겼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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