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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사법부의 권위와 언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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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게 말썽이 되고 있는 동양통신사 사건과 대법원의 동백림공작단사건 판결에 불만을 가진 어떤 분자의 벽보사건은 그 어느 것이나 입법부·행정부·사법부의 권위와 존엄에 관하는 문제로서 우리들 국민의 깊은 주의를 끌고있다.
동양통신사의 군사기밀 누설이라는 사건의 요점은 국회국방위원회의 공개석장에서 군사기밀이냐 아니냐를 판정할 최고책임자인 국방장관이 예산설명중에 공개한 내용을 보도한 것이 어째서 「기밀누실」이냐 하는 것이 신문계의 거의 일치된 반박 의견인 것이다.
그러나 검찰당국에서는 비록 공개된 자리에서 발표된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그 문서에 「비밀」이라는 표시와 동시에 누설하거나 복사하는 일등을 금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서를 얻어서 그 내용을 통신에 발표한 것은 그 역시 군사기밀의 누설이라고하여 동양통신사기자3명과 국회사무국직원 한사람을 구속기소했고 정부에서는 기밀보장의 책임자였던 최국방장관을 해임했다.
그처럼 중요한 군사기밀에 속하는 예산설명의 내용이었다면 으례 국방장관이 국회 국방위원회의 「비공개」를 요청했어야 할것을 그렇지 못했다는데는 큰실수가 있었던 것이다.
만일 국방장관에게 「실수」가 있었다면 국방부는 어째서 그직후 적절한 조치를 다하지 못했던가. 국회는 행정부의 어느부분이 아닌 이상 국회법에 의하여 국회의 절차를 밟지않고는 행정부의 속셈대로 기밀이 보장될 수도 없고 따라서 공개된 사실에대한 기밀누설의 책임이 추궁되기는 자못 어려운 일이 아닐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발표한 것이 6월19일이고 동양통신사의 보도가 같은21일의 일이거던 그동안 무엇이 어찌되었던지 한달이나 지나서 벌집을 쑤시듯이 수십명의 신문·동신편집관계 책임자들을 검찰이 불러가며 또 이미 신문단체의 조사 보고서에 나타나있듯이 t수사당국의 법에 벗어난 수사절차와 태도가 신문계의 신경을 상당히 날카롭게 했다.

<떳떳한 토론펴야>
대법원판결에 욕설을 퍼붓는데도 대법원을 가리켜 무슨 「복마전」이니 판사들을 가리켜 「김일성」의 앞잡이니 하는데 이르러서는 이 나라의 사법부를 부인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는 태도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장은 이에 대하여 조속히 그범인을 잡아낼것을 검찰당국에 고발하는 동시에 법률과 양심에 의하여 재판하는 법관의 신념에는 조금도 흔들릴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이 누구의 것이냐하는것이 전혀 밝혀지지 않고 다만 정체불명의 「애국시민회」라는 이름만이 나타나있는것을 보는 국민들로서는 이무슨 잘못된 징상이 아니냐고 대개 불안을 느끼며 사법부의 고독을 아끼는 생각이 어느때보다도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
비록, 대법원의 판결이 사건을 적발하여 수사해온 수사당국이나 또 검찰당국의 뜻같지않고 또많은 신문들이 사설에서 의문을 제시하고있다고 하더라도 고등법원의 판결에 대해서 법률의 적용에 어떤 잘못이나 부족이 없는가를 다시 엄밀히 검토하고 나서 적절한 판정을 내리는 것은 최고재판소인 대법원의 고유한 책임이요, 권한인 것이다. 이러한 대법원의 책임과 권한은 국법에 의하여 국민의 권리를 위임 받고있는 입법부·행정부에 대해서 사법부가 가진 독립적 권위와 존엄에 속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에 대하여 불법·반역의 무엇같이 모욕·위협한다는 일은 그대로 국가의 기본조직을 부인하는 언동이 되는 것이다. 만일 사법부가 없어도 좋다고 이런종류의 벽보와 「비라」를 어두운 밤중의 흥두깨같이 휘젓게 된다면 그다음에 이사회에는 무엇만이 남을것인가? 부산피난처에서 「딱벌레」와 「백골단」의 그무시무시한 벽보와「비라」가 거리에 수없이 나붙던 그때의 기억이 우리에게는 아직도 생생하다. 어느 시골서 끌려왔던지 거리에는 명색모를 「민의」가 소같이 끌려다니는 것을 본것도 바로 그때였다.
대법원판결이라고 비판 못할 것은 아닐것이다. 떳떳이 이론을 갖추어 국민의 정당한 토론에 붙일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애국」을 파는 「시민회」라는 정체가 어떤 것인가? 그들은 그들이 모욕하는 법정에 나서서 벌받게 되지 않아서 아니될 것이다. 대법원 판결은 국법과 더불어 어느누구도 해칠 수 없는 생명을 가지는 것이다. 위의 두가지 사건에서 우리가 말하고싶은 것은 어느 것이나 국민의 가장 소중한 기본권리요, 또 민주정치발전의 첫수단인 언론자유가 상담한 위협을받고있다는점이다.

<언론자유를 위협>
공개된 국회의 공개된 자리에서 발언된 내용이라도 이를 보도하면 「기밀의 누설」이라고 구속되고 재판받아야 한다면 국회의 공개발언이 곧 국민과의 공개토론을 뜻한바는 국회공개의 원칙이 흔들리게 되는것이고, 동시에 국민의 국사에 대한 알아야할 권리가 모호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언론자유나 신문의 보도자유에 제약이 따를뿐 아니고 국회내의 발언 그 자체가 국민앞에 통할수 없는 어떤 장벽이 생길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군사기밀의 누설을 방지하는일을 위해서는 정부기관이 신문·통신관계자와 더 깊은 이해와 친근한 관계가 조성되어야 할 것인데 이번 동양통신사건으로 인해서 신문계가 전반적으로 당국의 불신을 산것같이 사이가 멀어지는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된것은 크게 유감된 일이라고 할것이다.
애국은 좋다. 그러나 「애국」은 어떻게 하는것이 애국이냐가 문제인 것이다. 애국시민의 이름을 내걸고 대법원을 모욕하는 그 언동은 그 자신들만이 애국하는 시민이라고, 그밖의 반대나 의문을 가지는 언론을 전부 몰아치워버리자는 태도인 것이다. 언론자유에 대한 위협이 이보다 큰것이없을 것이다. 법인이 잡히지 않는 이상 언론자유는 계속 위협속에 있는것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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