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현대상선, 與에 200억 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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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이 2000년 총선 때 2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 여권에 뿌렸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2백억원 유입설이 확인될 경우 연루 정치인들에 대한 대대적 사정이 불가피해 정치권 전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노무현(盧武鉉)당선자 측 인사들의 연루 의혹까지 흘려 대북 비밀송금 사건과 함께 여야 간의 첨예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수뇌부는 6일 당직자회의에서 현대상선의 '2백억 살포설'과 관련,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김영일(金榮馹)총장은 "현정권 실세는 물론 盧당선자 측 인사들의 연루설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강조하던 盧당선자 측이 돌연 입장을 바꾼 게 이와 무관치 않다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대측이 대북 뒷거래에 대한 특검을 막기 위해 비자금 장부로 여권을 압박한다는 정보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규택(李揆澤)총무는 "지난 4.13총선 때 현대가 2백억원을 뿌려 당선자.낙선자를 막론하고 원 없이 선거자금을 썼다고 들었다"며 "우리 당 의원이 믿을 만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한나라당은 지난해 대선 전 현대상선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이 회사 회계전표를 확보했으나 이를 이슈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 고위 관계자는 "현대상선과 특수관계인 정몽준(鄭夢準)후보가 단일후보로 되면 이 문제를 폭로한다는 전략이었으나 盧당선자가 후보로 돼 그냥 묻어뒀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회계전표는 2000년 3월 3~14일 사이 2백억원 규모의 해외송금 내역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내역들은 1백17차례 외국 거래처에 화물용선료를 송금한 것으로 돼 있으나 모두 가짜 전표이며, 실제 이 돈은 비자금으로 사용됐다고 믿을 만한 제보자가 알려왔다"고 설명했다. 전표에는 모든 송금이 외환은행 계동지점에서 이뤄진 것으로 돼있다.

이 관계자는 "해당지점에 실제 송금 여부를 조회했으나 은행 측이 확인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당의 다른 관계자는 "정몽헌(鄭夢憲)당시 회장의 핵심 참모가 정치권에 총선용 여론조사비나 홍보비를 대납해 주는 형식으로 돈을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비자금 2백억원의 일부가 대북 지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 측은 "비자금 조성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문제의 전표는 우리 회사에서 만든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또 "전표의 총액이 정확히 2백억원이 되는데 의도를 갖고 만든 게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남정호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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