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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의 2천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체코슬로바키아」엔 지금 소련군의 전차1천대가 몰려들어 사방에서 으르렁거리고 있다. 이 전차부대에 딸린 병사만 해도 무려 1만여명.
「헝가리」봉기사건(l956년) 때,「부다페스트」에 들이닥친 소군의 전차가 불과 6백여대 였던 사실을 상기하면 이번「체코」사태는 짐작이 간다.
「체코」의 용기 있는 지식인 70인은 지난달 27일「2천어 선언」을 발표하고「자유화」의 과격한 개혁을 부르짖었다.
이것이 바로 소련의 비위를 건드린 도화선이다.
소련은「체코」를 둘러싼 5개 국회의를 소집,「바르샤바」에 진을 치고 엄포를 놓는 등 「체코」의 기를 꺾으려 했다.
소련군이 그 좁디좁은「체코」에 들이닥친 것도 구실은「바르샤바」기구의 군사훈련 이었지만,「체코」의 목을 조르는데 목적이 있었다.
소련이 그처럼 등이 다는데는 까닭이 있다.
「체코」가 소련권에서 뛰쳐나오면 지리적으로「폴란드」와「불가리아」사이에 쐐기가 박히는 꼴이다.
그러면「폴란드」동독과「불가리아」「헝가리」는 가운데서 토막이 나 버린다.
이것은 소련의 서부국준방위를 위한 최전선이 와르르 무너지는 계기가 된다.」
또한「체코」주변의 나라들도 술렁거릴 것이다.
「체코」는 소련의 더없이 아픈 곳을 적중하게 찌른 셈이다.
게다가「체코」의 국민들은 소련의 엄포에 떨고있을 형편이 아니다.
바로 이웃인 서독이나「오스트리아」에서 불어오는 자유의 연풍은 그들을 못 견디게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평화와 자유로운 번영은「끝도 없는 겨울」이 계속되고 있는 이 나라에 실로 꿈같은 봄바람이나 다름없다.
2천어 선언을 내놓은 70인의 용감한 지참인들은 바로 그 연풍의 통풍구를 뚫어 놓은 무사들이다.
그 중엔 우리의 귀에도 익은「마라톤」왕자「자토백」부처도 끼어있다.
지난번「도꾜·올림픽」때 여자 체조계의 여왕「차스라프스카」양도 많은 작가들이 서명하고 있다.
자유를 갈구하는 지식인들의 그 편지는 바로 인간의 양심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자유」의 갈구만큼 인간에게 용기를 부여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소련은 이 인류양심의 불길 위에 총탄을 퍼붓는 제2의「헝가리」적 사고방식은 버려야한다.
지금은 인류의 박수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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