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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회장 차명계좌 300개 … 개설 은행도 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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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검찰이 CJ그룹 이재현(53) 회장이 차명계좌를 개설한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수사에 나섰다. 이 회장이 국내 차명계좌를 통해 운용한 비자금의 실체를 입증하는 동시에 금융기관들의 위법 여부도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이 수천억원대 비자금 조성·은닉을 위해 운용한 차명계좌는 300여 개에 이른다.

 CJ그룹의 조세포탈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30일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기관 5~6곳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특별검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 관련 300여 개의 차명 계좌가 개설된 곳들이다.

 검찰은 CJ그룹 전 재무팀장 이모(44)씨 등으로부터 확보한 진술을 근거로 이 회장의 국내 차명계좌를 상당 부분 밝혀낸 상태다.

 검찰이 이날 금감원에 특별검사를 요구한 금융기관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이다. 금감원은 별도의 영장 없이 계좌를 신속히 확인할 수 있다. 검찰은 CJ 측이 차명계좌를 개설할 때 금융기관에서 알고도 편의를 봐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계좌 명의인이 본인인지를 확인하지 않고 금융기관이 계좌를 개설해 줬다면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다. 검찰은 금감원 특별검사 결과를 넘겨 받는 대로 직접 수사를 통해 금융실명제법 위반은 물론, 차명계좌를 이용한 불법적인 자금 세탁 여부, 해외 재산 도피 의혹까지 조사할 방침이다.

금감원 특별검사는 일단 CJ의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에 집중될 것으로 알려졌다. CJ일본법인에 대출을 해준 신한은행은 검찰이 압수수색까지 한 상황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28일 CJ그룹 남대문로 본사 사옥에 입점해 있는 우리은행 남대문지점 CJ출장소 소장과 직원 2명을 불러 조사했다. 이곳은 CJ그룹 법인의 공식 거래 창구로 CJ 법인 계좌는 모두 이곳에 개설돼 있다.

 검찰은 국내외 비자금이 차명계좌를 거쳐 들어온 최종 출구가 이 출장소인 사실을 확인, 직원들을 상대로 자금 거래 내역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과거 삼성 비자금 사건 당시에도 삼성 측에 차명계좌를 개설해 준 것으로 드러났었다. 지난해 미래저축은행 수사 때에도 한 지점이 김찬경 전 회장에게 차명계좌를 열어줬다가 징계를 받았다. 금융권에선 “ 거래 기업의 차명계좌 개설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특성이 큰 화를 부를 수 있게 생겼다”고 분석한다.

검찰은 현 특별수사팀에 외사부 검사들을 ‘수혈’키로 했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이날 외사부 검사들을 파견받아 조세포탈과 해외 자금도피 부분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역외 탈세와 해외로의 자금 도피 수사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CJ그룹이 해외 비자금을 국내로 들여와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 차명으로 투자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부분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CJ그룹은 2008년 자사주 33만 주 매입을 공시했는데 공시가 나기 직전 외국인들이 주식을 집중 매수해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라는 의혹이 불거졌었다. 검찰은 당시 외국인 자본 가운데 CJ그룹의 해외 비자금이 섞여 들어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가영·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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