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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에 개패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수은주는 연일 30도가 넘고,불쾌지수는 80에 육박하고….그래선지 복더위는 아직 멀었는데 사람들은 벌써부터 구탕에 입맛을 돋운다.
복날의 음식으로 개장국을 먹는것은 삼국시대 때부터의 풍습.
개장은 개를 잡아 솥에 넣고 오래 삶아 파와 양념을 넣어 국을 만들고, 백반을 말아먹는다. 개를 삶을때에 조 짚으로 불을 때는게 제일 좋다고도 한다.
이열치열이라고 뜨거운 개장국에다 소주를 겯들여 마시면 땀이 흠뻑 나와 개운할 뿐 아니라, 더위를 막고 허약한 사람에게 특히 약효가 있다해서 보신탕이라고도 한다.
여름의 보신탕으론 계삼탕도 친다. 닭을 잡아 배를 가르고 그속에 인삼·찹쌀·대추을 넣은다음 푹 삶은 그 멀국과 고기를먹는다. 그러나 값진 계삼탕보다는 싼 개장국이 서민적이라서 사람들은 더 친다.
다만 『복날에 개패듯 한다』는말이 있듯이 정든 개를 잡아먹는다는게 좀 마음에 걸리고, 그래서 독한 소주를 마셔야 하는건지도 모른다.
불쾌지수가 높을 때에는 모든게 역겹고, 신경을 건드려 주고 못마땅하게 느껴지기 일쑤다. 정말로 복날에 개패듯 닥치는대로.부수고 때리고싶은 발작을 이겨내기 어러운 것도 이련런 의일이다.
그래서인지 요새는 폭력사태다. 그토록 폭력단속이 심한데도 가뭄과 함께 사람들의 마음도 메말라졌는지 웬만한 일에도 주먹이 날고, 칼을 휘두르고 한다. 가뭄과 싸우는 전남 영광군에선 서로 물을 뿜어 올리려고 이웃 마을 사람들이 편싸움을 벌여 5명의 중경상자가 생겼다.
고흥군에선 양수기를 안빌려 준다고 면직원의 목을 졸라 죽인 농부가있었다. 이런것은 그래도 가뭄이 빛어낸 비극이다고 동정할 수 도있다. 그러나 후배 대접이 이거냐면서 친구끼리 시비끝에 살인한것은 납득이 안간다.
더욱 얘기가 안되는 것은 『기자면 다냐』 면서 번관들이 기자에게 뭇매질을 했다는 얘기다. 정말로 복날에 개패듯 서로 뜯어먹고 싶을만큼 모두가 벌써더위를 먹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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