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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적 물난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인간은 그 힘으로 자연을 개조할때 스스로 위대함을 느끼며 그 자연에 의해 유린당할때 다시없는 처참을 느낀다. 4일 상오0시부터 l시까지 1시간동안 서울지방엔 60밀리의 호우가 쏟아졌다. 그 바람에 5백86가구가 침수되었고, 1천4백47명의이재민을 냈다. 뿐만아니라 그 돌연하고 처참한 물난리로 한 가족등 13명이 사망하고 8명이 실종됐으며 40명이 부상했다. 그밖에도 공사중이던 「서울대교」의 교각이 도괴되지않나, 40개지역에 정전이 되지않나 등등… 그 피해는 말이 아니었다. 전화까지도 한몫 끼어 3천회선이 불통됐다. 삽시간에 밀어닥친 참화가 아닐수 없었으며 창피하고 처참한 원시적물난리가 아닐수없었다.
그런데 그원시적인 물난리의 원인을 살펴보면 그것이 또한 말이 아니다. 축대가 무너지고 길이 막히고 하수도가 넘치는 바람에 피해가 늘어났던 것이다.
서울의 경우, 하수도망시설은 전지역의 24%밖에 되어있지 않으며 그나마 그중 3분의2가 긴급보수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한다. 게다가 서울시는 앞서 여름철 방재계획에 따라 66개소를 A급위험건물 및 축대로 진단해놓고서도 아직까지 이렇다할 예방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한다. 복개공사가 끝난 하천의 경우에도 기본적 허점은 불무했다. 한편 축대는 날림투성이었던것 같다. 그리하여 해마다 겪어왔듯이 이번에도 하수도나 복개된 하천이 넘치고 축대가 무너지고 길이 막히는등의 사태로 피해가 늘어 났던 것이다. 창피하고 한심한 노릇이다. 본격적 장마철에 들어선것도아니요, 그나마 한 시간의 집중호우로 그렇듯 막심한 피해를 입고 물난리를 겪어야했으니 차라리 놀라운 일이아닐수 없다. 게다가 이제곧우리는 본격적 장마철에들어선다. 그때또다시, 그리고 수없이 겪어야할 원시적물난리를 생각하면 참으로 암담해진다. 지금까지의 통계에의하면 우리는 해마다, 한해·풍수해등으로 1천명에 가까운 인명피해와15만명이 넘는이재민, 그리고 평균백억원이나 되는 재산피해를입어온 것으로 되어있다.
천재는 해마다 우리에게 그같은 시련을주고 피해를 주어왔다. 그런데 우리는 결과적으로는 거의 운명적으로 그것을 감수해오고만 있는것이다. 하수시설의 개수, 위험축대등의 보수철거, 비상구제대책등은 그 필요성이 절감되어 왔었는데도 불구하고 외면되기가쉬웠다. 그리하여 연례행사처럼 거의동일한 형태와 규모의 물난리를겪어왔다.
자주로 뻗는 시대, 자가용차가 즐비하게 질주하고 고가고속도로까지 건설되는 시대에 물난리의 형태만은 여전했다. 너무도 엄청난 불균형이 아닐수 없으며 실감나는 도시행정의 파행상이 아닐수 없다. 우리는 언제까지 그런 불균형속에 살아야 할 것이며 능히 사전에 극복될수있는 자연의 힘에 억압만 당하고 있을 것인가. 대비는 서둘러져야하며 집중적으로 베풀어져야 한다. 그리하여 강우선의 북상이 공포아닌 희열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당국의 기민한 사전대비를 또 다시 촉구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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