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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사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요새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미군장교및 민간인들이 애독하는 한국안내서가 나돌고 있다.「폴·크레인」이라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반평생을 한국에서 살았던 외과의가 외국인들의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쓴 책이다.
범죄에 대한 전통적인 태도를 설명하는장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한국인에게는 안면과 뒷면이 있다. 이를테면 안팎이 다른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따라서 한사람을 제대로 알려면 그사람의 앞면과 뒷면을 아울러 알아야한다.
그리고 또 사람은 먹고 살아야할 권리가 있기때문에 살기위해서 저지르는 범죄와 부정은 용납될수 있다. 다만 지나치게 탐욕해질때에만 부패하고 범죄를 저질렀다고 여겨진다. 그러니까 끼니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저지른 부정을 범죄라고 지탄한다는 것은 몰인정하고 삶의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때문이다.
이것이 전통적인 한국인의 사고란다. 이것이 얼마나 그릇된 판단인지를 누구나 당장에 반박하고 싶어질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금안경을쓰고 한국인을 보아왔던 것은 아닌듯하다. 오히려 한국에 대한 사랑에 넘쳐흐르고있다. 그런 그가 그와같은 판단을 하게 만든 책임은 한국인 자신에게 더 많은것이 아닐까.
더욱 우리를 따끔하게 만들어 놓고 있는 것은 한국에는 한국사람들을 규제하는 어느 뚜렷한 윤리적, 종교적 기틀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는 대목이다.
그러니까 살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을 해도 좋다는 사고방식에 젖게 둔다는 것이다.
우리의 귀에는 몹시 거슬리는 못마땅한 말이면서도 우리의 주변에서는 매일같이 몇번이고 우리들이 눈으로 확인되어 나가고 있는 말이다.
경제깡패 배후조종자로 여러저명인사들이 수사망에 걸리게 됐다는것도 어느 의미에서는 그리 놀라운 얘기는 아니다. 그저 그런 사람들이 그동안 용케도 행동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우리를 서글프게 만들어줄 뿐이다.
무엇인가 빗나가 있는것만 같다. 정말로 건전한 생활윤리의 정립이 아쉬워지는 이때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위에서부터 정립되어 나가야 될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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