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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가스 민영화 물건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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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시기와 폭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혀온 전력.철도.가스 등 망(網)산업 민영화의 구체적인 방안이 드러났다.

인수위는 전력의 발전부문만 DJ 정부의 원안대로 민영화를 추진한다. 반면 전력의 배전 부문과 철도의 운영 부문, 가스의 배관설비 부문은 민영화를 유보하기로 하는 등 망산업 민영화 대부분을 백지화 또는 중장기 검토과제로 돌렸다. 공기업 민영화가 대폭 늦춰지는 것이다.

인수위는 이 같은 내용의 공기업 민영화 방안을 오는 10일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에게 보고한 뒤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산업자원부.기획예산처 등은 민영화를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논란이 예상된다.

◇전력=한국전력 발전 부문의 6개 자회사 가운데 수력원자력㈜을 제외한 5개 화력발전을 정부 원안대로 2009년까지 민영화한다. 남동발전의 경우 이미 포스코.SK㈜ 등 4개사가 참여한 입찰이 진행 중이며 이달 중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매각 후 증시 상장도 추진된다.

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등 나머지 4개사는 증권시장 등의 여건을 봐가며 매각 방식을 정해 순차적으로 민영화한다. 배전 부문의 민영화는 새 정부에서는 추진되지 않을 전망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배전 부문을 지역별로 나눠 민영화하는 것은 호주처럼 국토가 넓은 국가에서는 효과가 있지만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의 사정은 다르다"며 "민영화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중장기 과제로 검토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당초 안은 한전 배전 부문을 4월까지 지역별로 6개 사업부로 나눈 뒤 내년 4월 자회사로 분리하고,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철도=철도 운영 부문은 올 상반기 중 공사로 바뀌어 7월부터 새로 출발한다. 민영화는 복수 사업자가 경쟁할 수 있을 만큼 철도 노선.물량이 늘어나는 시점에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철도 노선.물량의 증가가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새 정부 임기 내의 민영화는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는 1백% 출자한 철도운영주식회사를 설립해 운영 부문을 맡긴 뒤 흑자로 돌아서는 시점에 주식 매각을 통해 민영화하기로 했었다.

한편 건설.시설관리 부문은 정부 원안대로 철도시설공단을 설립해 국가가 계속 소유하게 된다.

◇가스=정부는 당초 가스공사를 3개사로 쪼갠 뒤 도입.도매 부문으로 구성된 2개사는 민영화하고, 배관설비 부문을 포함한 1개사는 추후 여건을 봐가면서 민영화한다는 방침이었다.

인수위는 그러나 배관설비 부문의 경우 시베리아 가스전이 연결되는 2006년까지 민영화를 유보하기로 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시베리아 가스전이 국내에 연결될 때 그 사업을 민간에 맡기기는 어렵다"며 "민영화 여부는 그 뒤에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가스공사를 3개사로 쪼개는 정부 원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되 도입.도매 부문에서 생기는 신규 수요에 한해 민간기업의 진입을 허용하는 대안을 검토 중이다. 가스 민영화도 대폭 축소되는 것이다.

고현곤.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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