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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업의조사|대학연구기관을 찾아서|서강대 경제경영문제연구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경제제일주의가 단순히구호같던 시절도 엊그제, 이제는 우리 주변의 생활에 밀착되어있다.
작게는 개인생활에서 크게는 국가단위까지 경제력은 힘의 상징이다.
「돈이 제도량」임을 실감못한 사람도 없거니와『가난구제는 나라도 못한다』고 주저앉아버릴 나라도없게됐다. 모두 잘사는 세상을 만들기위해 모든 지혜와 노력이 모아지는때다. 「경제경영문제연구소」가서강대학안에 진을친것이 지난64년-.
보람찬 의욕, 수준높은연구원, 궁색지않은 연구비, 이런것들이 합쳐진 연구소는 그활동과 권위가 값있게 보장되고있다.
「국내외경제산업에관한 이논적·실증적 조사연구를목적」으로하는 이연구소의강력한 무기는 계량경제학.
계량경제학이란 경제학에다 통계수학을 합친 것으로 생각하면된다. 칠학적인 기조로 다퉈지던 경제학은 차츰 기술적인 수단으로다뤄지게되었고 모든 학문의 여왕이며 시녀가 되기도하는 수학이 경제학에 도입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일이다. 게다가 전자계산기의 발전에힘입어 모든 경제활동을 수량화하여 숫자로취급하게 뒤었고 계량경제학이 아니면 해결할수없는 것이 많아졌다고 이승윤소장이 설명한다. 일시적인 경기후퇴는 있어도 이제 경제공황이란 단어를 사전속에서나 찾게만든것이 바로이학문이라는 게 남덕우박사의 자랑이다.
그동안 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는 대부분경제기획원「유솜」등과 용역계약을 맺은것들.
첫 업적이자 연구소의성가를 결정적으로 해준것이「통화량의결정요인과금융정책」(대한금융단간·65년). 이보고서로 그때까지 불투명했던 통화량의 결정요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냈고 그규제방법까지 재시함으로써 금융정책의 전환에 바탕을 마련해준것이다..
마침 정부의 금융관계의 자문을 하러왔던 세계적인금융관계 권위자「쇼」와「걸리」양박사(「스탠포드」대교수)는이보고서를친찬하는각운을 맞춘 시구를보내면서 보고서의 수정모형대로 금융정책을 세우면 자기들의 자문의무가 끝난다고했다. 이보고서의 결론에의하면 통화량통제는 파생적인 시중은행창구를통한 대출억제를 할것이 아니라 본원적으로 한국은행의창구를막아놓는게효과적이라는것.
이보고서는 세계여러곳의 요청으로 범문사에서 영문책자로 발간된다.
연구소는 또 지난 67년 통화량이 43%나 폭발적으로 증가될 것임을 「자금순환과내자동원」이란 논문을 통해 경제과학심의회의에보고하기도 했었다. 그밖의업적으로「한국중앙은행제도의역사적고찰」과「국책은행경영합리화방안」등의 묵직한 보고논문이있다.
오는27일부터 3일간 동경에서 열리는 제3차극동계량경제학회는기법상으로대단한 전진을 보인「한국의재정금융의 통계적모형」을 내놓을 이 연구소는 현재「한국경제의계량경제적모형」을 만들고있다. 이연구의 중간보고로는 우리경제가 금년까지는 10%를 넘는 고도성장의 가능성을 보이지만 내년부터는 국제수지의 악화로 성장이 둔화되리라는것.
이밖에 무역연구소와의계약요청으로「수출성향과수출증대방안」을 오는9윌까지 알아 낼 예정이다. 여태껏은 한국전자계산소등 남의 전자계산기로 애로를느껴왔지만 이달말까지 좀낡긴했지만「유니백」80의 전자계산기를 들여오면 연구활동이 가속될 전망이다.
숫자를 먹고사는 이 연구소에서 가장 큰 고통은 많은 부분의 통계자료가없다는것과 그나마 있는 자료들이 한결같이 신빙성이없다는것.
그리고 연구원들이 개인적으로 느끼는 고통은 시간이 없다는것. 오직 연구에만 몰두하다보면 교수로서 가르치는 임무가 소흘해지는데다가 가정에 봉사할 시간까지 빼앗긴다는것이다. 그러나 바쁘다는 이들의 비명속에는 일에 보람을 갖는 사람들이 풍겨주는 오만에 가까운 긍지가있다.
이들은 한국경제가「병주고 약주는」식의 정책에항상매어왔음을 꼬집어낸다.
병나지 않게하는 최선의경제정책은 여러이유에서거절당해왔고 심할때에는「사후약방문」같은 경책에 매달리기 일쑤였다는것.
학문을 한다는 기쁨과현실에 유익하게 참여한다는두가지, 기쁨을 맛보는 그들의 노력은 눈앞에 흐르는 한강가에서 조용히 번져간다.
그들의 경제학이 단순한 경제라기보다「경세제민」의 밑바탕이 될때 한강유의기적이 쉽게 눈앞까지 다가설것이다. <이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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