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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흐린 가위질|영화검토시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영화겸열이 심해졌다는 영화인들의 불평이 대단해지고있다. 『돈을 대는것은 제작자지만 정작 영화를 만드는것은 공보부』라는말이나 돌만큼 마구「가위질」을 한다는게 영화인의 주장 이다. 반면에 공보부는 유치하고 낯뜨거운 장면들로 이어진 작품을 버젓이 들고오는 업자들의 후안무치를 나무란다. 영화검열의 기준이 무엇이며 그한계는 어디에그어져야할것인가를 알아본다. 자유진영에서 국가기관이 검열을 맡은 곳은「프랑스」와한국뿐이라한다.
그러나「프랑스」의 경우는「시나리오」를 심사해서 잘된것에 보조금을 주기위한「검열」이다.
우리의 경우는 영화법13조에『헌법의 기본질서에 어긋나는것, 공서양속을 해치는것, 국제간의 우의를 깨뜨리는것, 국민정신을 풀어지게 하는것』을 검열하도록 하고 시행규칙9조에18개항으로 뒷받침하고있다.
그러면「귀걸이 코걸인」식의 검열이라고 지적되는 사례들을 항목별로 훑어보면-.
②항 적성국가에 유리한것. 몇해전에 이만희감독이「7인의 여포로」로 법의 심판을 받았었다. 문제가된 장면은 북괴군에 잡힌 여군하나가 그들의 대장(후에 귀순하다죽는다)에 사랑을 느낀다는부분. 그러한 샐재가능성이 문제가아니고 어떻게 북괴군을 사랑할 수 있느냐는것.
말하자면 국시에 위배되는 장면을 묘사해서 말썽이되었다.
③항 폭동, 군중학살, 묘사금지및 ⑪항의 사형 고문, 살해장면의 잔인한 묘사금지. 한때 홍수처럼 범람한「웨스턴·마카로니」의무법자「시리즈」에 나오는 잔인의 극치를 이루는 숱한 장면들이 활개친 반면에 방화에서는 간혹「엑스트라」급이 화살에 맞아죽는것 조차 잘리고 있다는 것이다.
⑤항의 미신행위를 정당화시키지 말라는것.
「춘향전」에서 이도령이돌아오리라는 무녀의 점이 맞았다해서 잘렸고「속·한」에서는 기 우제장면이 미신이라고 가위질됐다. 기우제야 지금도 지내고 있으니 말할나위도 없지만「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집시」여인이 주인공의손금을 보고 사흘안에 죽으리라는 장면이나「외인부대」에서의「트럼프」몇장으로 점치는 것등을 단순한 미신으로 볼 사람이 몇이나되겠는지 의문이다.
⑧항 법집행을 조롱하는것. 「춘향전」에서 춘향이 변학도에게『포악무도한관』운운하며 대들어 관의 위신을 떨어뜨렸다고 잘리는가하면「속·한」에서 얼어죽는 여인을 한관리가 못본체 지나갔다고 잘렸고, 「멋쟁이 아가씨들」에서는 해변가에서 순경을 아가씨들이 업어주는 장면이 잘려나갔다.
⑬항 선정적이고 음란한묘사. 작가 김승옥씨가 첫「메가폰」을 잡은「감자」(김동인의 단펀)가 외설작품으로 점찍혀 개작명령을 받았고 「까치소리」는 40군데가 뜯기고 이효석의「분녀」는「시나리오」심사에서 되돌려졌다. 예술이냐 외설이냐가 마구뒤섞이고 있는 실정이다.
⑩항 영화제명이나 대사가 저속한것.「먹구름」이 어두운 제목이라고「후매」로 개제되고 전작품의 4분의1인2천5백피트가 잘렸고 「누제」가 좋지않다고「언니의 일기」로 이름을 갈아야한반면「남자식모」「엄마기생」등 더나을것이없는 저속한 제목들이 관객에게 추파를 흘리고있다.
전후「이탈리아」는 어두운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내어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자전거도둑」등의 작품으로「네오리얼리즘」을 새물결로 등장시켰음에도「맨발의 영광」에서 판잣집묘사가 빈부의차를 자극했다고제거되었고 어느 가정부인이 술두잔마시는 장면은 한잔정도면족하다고 다시 손질해야했다.
이승만박사의 일생을 그린「잘돼갑니다」는 현존인물의 명예에관한 이유로 등장현존인물의 상영동의서를 고집하여 뒷걸음질쳐야했지만 정치적인 이유라고 꼬집는이도있다..
그렇다면 공보부가 법에따라 잘라야했을 장면을 잘라내지않은것은 단순한 사무착오로보기어렵다. 호남의 지방색을 역겹게 그려낸「오대복덕방」에서 좁은방에 치마로 간막이를 하고여러대가 방사를 치르는장면이 그대로 살아남은것은 영화를 만든사람보다 검열한 사람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려진다
영화인들이 반성할것도 한두가지는 아니다. 관객의 수준을 멋대로 낮추어평가하여 80%이상이 관객에 영합하기위한 저속취향의 작품선정, 뻔뻔스런표절, 약삭빠른 경작소동등은 검열의 필요성을 스스로 강요하고있는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검열자체에있는것이아니라 검열내용에있다. 영화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것은 검열관의 몰이해보다는무식에있다는것. 한제작자는 지금같이 검열할바에는 차라리 상공부로넘겨 KS규격품으로 만들라고 흥분한다.
아뭏든영화가 종합예술이든아니든 국민생활의「바로미터」인바에는, 그리고 구태여 검열을 고집할바에는 양식있는「가위」로 검열되어야겠고 그러기위해서는 미·일처럼 영화윤리위원회나 그에따르는 전문인의 자문을 구하라는요구에 귀기울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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