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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공작원 부부 미사일 부품 판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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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유럽의 슬로바키아에 무역회사를 차려놓고 이집트에 미사일 부품을 팔아온 북한 부부 요원이 수사망이 좁혀오자 도주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6일 미사일 부품 등을 팔아온 북한의 김점진.이선희 부부가 지난해 8월 슬로바키아 정보 당국의 수사를 눈치채고 도주했다고 보도했다.

부부가 살았던 아파트에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군사기술 수출 관련 사업의 일면을 보여주는 각종 명세서와 문서들이 고스란히 발견됐다.

신문은 슬로바키아 정보 당국이 압수한 문서 수십 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김씨 부부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모두 1천만달러 이상을 거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중국.러시아 등 각지에서 화학제품과 트럭, 군사용 타이어 등 차량 부품, 측정장치, 펌프, 고속 카메라 등의 품목을 주문해 모두 카이로로 수출했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김씨가 이집트에 수출한 품목들의 대다수는 민간용이나 군사용으로 모두 쓸 수 있는 것이지만 상당수는 미사일의 핵심 부품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는 수출품목들을 조달하기 위해 크로커스 그룹과 신세계무역.골든스타무역 등 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3개의 북한 회사들을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 부부는 검정색의 벤츠 승용차를 몰고 다녔으며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의 시장과 정부 각료들이 주거하고 있는 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이집트 카이로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경제 담당 영사로 근무한 김씨는 99년 신동석 북한 정보부 동유럽 책임자와 함께 슬로바키아를 처음 방문한 뒤 2000년 11월 영구 이주했다.

서유럽과 동유럽의 중간에 위치한 슬로바키아는 93년 체코와 분리된 이후 정보부가 설립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비밀작전을 수행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들은 2001년 3월 '신세계무역 슬로바키아'란 회사를 설립했으며 회사의 주요 업무를 도소매 무역과 광고.판촉.시장조사로 신고했다. 슬로바키아 수사관들은 "신세계무역은 사실상 유럽과 중동.중국.태국.싱가포르 등지에 설치된 북한 비밀망의 하나였다"고 밝혔다.

신세계무역의 최대 고객은 이집트 정부가 출자한 카이로 나세르 시내의 '카데르 공장'으로 전해졌다.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이 공장은 군사단지 내에 있어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되고 있다. 이집트와 북한은 70년대 초반부터 군사적으로 유대관계를 쌓아왔으며 탄도 미사일 공동생산 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집트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과의 군사적 유대를 묻는 질문에 "민감한 문제"라며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최원기 기자 <brent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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