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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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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이 2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은행들이 신규 대출을 꺼린 데다 직장인들이 연말 연시에 받은 보너스로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대폭 갚았기 때문이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은행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2천7백억원 줄어든 2백22조원으로 집계됐다. 가계가 집을 사기 위해 빌린 돈은 지난달 6천6백억원이 늘어났으나 생활자금 등 일반 대출은 9천3백억원이 줄었다.

가계대출이 줄어든 것은 2001년 1월(1천억원 감소)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10월에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가계대출이 월 평균 5조원 이상 늘어났었다.

이에 따라 집값이 급등하고 은행의 부실 가능성이 제기되자 정부가 강력한 억제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지난해 11월부터 가계대출 증가폭이 매달 2조원대로 준 데 이어 올들어 감소세로 반전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예년에도 1월에는 보너스 지급 등의 영향으로 가계대출이 일시적으로 줄거나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앞으로 가계대출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급증세는 확실히 꺾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의 다른 관계자는 "주택담보 대출은 대개 만기가 3년이어서 2000년에 이뤄진 대출의 만기가 올해 한꺼번에 돌아온다"며 "은행들이 만기연장을 제대로 해주지 않을 경우 가계 부실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개인 워크아웃(신용회복)의 부채 상환기간이 현행 5년 이내에서, 이르면 다음 달부터 7~8년으로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신용회복 지원위원회는 개인 워크아웃의 활성화를 위해 부채 상환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고 각 금융기관에 질의서를 보내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기관들이 상환기간 연장에 동의하면 당장 다음달이라도 신용회복지원 협약을 고쳐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상환기간을 늘리면 저소득층이 매월 갚아야 하는 빚 부담이 줄어드는 데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빌려준 돈을 최대한 받아낼 수 있다는 게 위원회측의 계산이다. 개인 워크아웃 신청자 수는 지난해 11월 접수를 시작한 이후 최근까지 1천5백명에 달했으며 이중 2백명에 대해 채무조정안이 확정됐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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