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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레옹 1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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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5월의 「파리」는 「마로니에」 잎사귀 속에서 눈이 부시다. 「센」강을 따라 「마로니에」의 흰꽃은 행렬을 이룬다. 그 좌안은 고풍한 대학들이 즐비하며, 건너편엔 「위대한 나라」 수도의 도심이 숨쉬고 있다. 이번 5월의 「파리」는 그러나 시가전을 방불케하는 혼란과 소음과 절규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좌안의 대학가에선 대학생들이, 우안의 도심에선 노동자들이 연일 「데모」와 항거 속에서 나날을 보낸다. 지금은 모든 것이 마비되어 폐시처럼 을씨년스럽다고 외신도 전한다.
모든 교통편은 죽은 듯이 잠들어, 연간 2억「달러」나 되는 관광천에 「파리」를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비행기 철도 「버스」 지하철… 마치 시간이 종언을 고한 듯이 조용하다. 전신 전화마저 심묵에 잠겨 「파리」는 더욱 스산하다. 전국에서 「스트라이크」에 참가한 노동자는 4백만명이 넘으며, 적어도 1백여개의 대기업이 마비되어 있다.
입심좋은 「저널리스트」들은 「골레옹 1세」의 시대는 이제 끝이나려 한다고 수다를 떤다. 「골레옹 1세」- 그의 이름은 「드골」 대통령이다. 「나폴레옹」 이래 최대의 대권을 거느린 장기집권자라는 ?랄이다.
「드골」은 지금 결단만 내리면 비상대권을 발동할 수도 있다. 작년 5월, 전불의 1천3백만 노동자가 24시간 「스트라이크」에 돌입했을 때, 그는 의회로부터 의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경제·사회정책에 관한 특별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대권을 획득했었다.
그러나 「드골」 대통령은 지금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국민투표라는 「애드벌룬」이 오르는가 했더니, 노조와 협상할 기운이 감돈다. 물가상승, 실업자 만연, 임금의 저렴… 그 현실과 「엘리제」궁의 「드골」 신화와는 어떻게 타협이 이루어질지 궁금하다.
하지만 아직도 미심쩍은 것은 좌안의 대학생들이다. 그들의 분노는 어떻게 풀어질 것인가. 어느 낙관론자는 「프랑스」의 젊은 세대들이 혁명적 기질을 그렇게 낭만적으로 발산한 것이라는 말도 한다. 그러나 전세계 젊은 세대들의 심층에 지하수처럼 흐르고 있는 새로운 갈망과 절규와 이상을 투시할 수 있는 형안을 정치인들은 가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역사의 앞을 바라보는 통찰력이며 오늘의 시대가 요구하는 철학인 것이다. 「파리」의 대학생들은 공연히 떠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드골」은 지금이야말로 역사의 교차로에 우뚝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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