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도 줄도산…기업 일감 감소 탓

한 때 경기침체의 무풍지대로 인식됐던 미국의 로펌(법무법인)에도 최근 경제난의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5일(이하 현지시간) "경제난으로 증권사 등 대규모 기업들이 지불하는 수임료는 줄어드는 반면 변호사를 포함한 직원들의 임금 요구는 오히려 더욱 높아지면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일부 로펌들이 도산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로펌인 '브로우벡'과 '플레저 앤 해리슨'의 파트너들이 지난주에 각각 회사를 해체하기로 결정한 것은 미국의 변호사 업계를 충격으로 몰아 넣었다.

지난 3일에는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67명의 변호사를 거느린 지적재산권 전문로펌 '스크재번 모릴'이 해산을 결정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1백7년 역사를 가진 보스턴지역의 로펌 '힐 앤 발로우'가 부동산담당 파트너들이 회사를 떠나겠다고 밝힌 이후 해체를 선언했다.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로펌의 호황이 끝난 것은 꽤 시간이 지난 일이지만 경기침체와 주가하락이 이어지면서 로펌들의 입지가 과거보다 훨씬 더 취약해졌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로펌의 전문분야가 고도로 세분화되면서 여러 분야를 다뤄온 로펌들은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회사를 지탱할 전문업무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로펌들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는 파트너들의 철새습성이라고 설명했다. 매출실적과 전망이 모두 떨어질 경우 많은 파트너들은 '더 푸른 목초지'를 향해 떠난다는 것이다.

로펌들의 경영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도산을 면하려는 로펌들의 자문의뢰가 폭주해 컨설팅업체들은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컨설팅 업체인 힐더브란트 인터내셔널에서 합병업무를 취급하는 리사 스미스는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로펌들의 컨설팅업무로 과거 어느 때보다 바쁘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해산을 피하려고 마지막 순간까지 합병을 추진했던 로펌이 상당수 찾아왔고 지금도 그런 로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봉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