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스승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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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내일이 스승의 날이라고 떠들어대며 어린이 회장이 자치회를 갖겠다고 원하기에 주저 없이 그들에게 시간을 허용했다. 바로 14일 오후의 일이다. 아동들은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께 간단한 선물이라도 하나 생각해 보자는 그들대로의 생각이라 느껴지기에 어린 그들이 무척 대견스럽고 모처럼 만에 느껴본 교원생활의 보람이었다.
어깨를 꽉 누르는 압박감에 사로잡혀 한동안 그 순진난만한 아동들의 얼굴을 뜯어보다가 나도 모르게 얼굴 붉어짐을 감출 길이 없었다. 얼마 전에 일부 교사들의 몰지각한 처사로 신문지상을 통해 침울 맞던 기사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교사라는 위치에서 스승의 은혜에 앞서 자기를 진단해 봐야겠기에 말이다.
스승의 날 아침. 기념식이 시작되자 각반 반장으로부터 「사은의 깃」이 스승들의 가슴에 달아졌다. 티 없는 아동들의 정성의 깃이라 성각하며 흐뭇한 마음으로 그들의 머리를 어루만져 주었다.
『너희들이 길을 걸을 때나 놀때 누구 한사람도 너희들의 잘못이나 너희들을 위해 한마디 말로라도 따뜻하게 이끌어 주랴? 너희들을 보살피며 옳은 길로 이끌어주고 가르쳐 주는 사람은 오직 선생님밖에는 없느니라』-교장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아동들의 모습이 그날따라 한층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봄의 입김을 따라 흙 속에서, 바위틈에서, 냇가에서, 나무 껍질 속에서 쉴새없이 전진해오는 새싹들의 울부짖음은 틀림없이 강한 생명력의 발휘일지니, 우리 어린이들 또한 내일의 보람을 위해 전진하드록 봄의 입김을 마음껏 부어 주어야 할 교사의 사명을 절감하여 마지않는다.
그들 어린이가 스승의 가슴에 달아준「사은의 깃」속에는 선생님에 대한 은혜의 보답과 함께 스승님들의 따뜻하고 사람에 넘치는 교육으로 값진 열매를 맺게해 달라는 간절한 소원이 담겨있으리라는 뼈저린 느낌 속에 부족한 선생님을 떠나서 내 몸을 태워 밝혀 주는 촛불과 같은 알찬 교사가 되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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