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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에 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아파트」의 생리가 우리들에게는 그다지 맞지않는 모양이다. 「아파트」에 산다면 남의셋방에 사는느낌이 없지않고 집을 지니고 산다면 뜰이있고 담이있는 이른바 독채에서 살아야 체모가 서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좁은땅에 인구가 집결해사는 도시에서 「아파트」라는주택형태는 하나의 필연이 아니겠는가? 20세기의 도시는 숙명적으로 고충화할 운명에 있으며 거기에 따라 주택은「아파트」라는 형태로 표현되기 마련인 것이다.
하기야 우리의 수도 서울처럼 옆으로 퍼진다면 도심(도심)의「아파트」를 외면할 수 있겠지만 지하철도 없이 옆으로만 팽창한다면 교통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것인가?
결국「아파트」라는 주택형식을 도시인들은 외면할수 없는 것이다.
외국에서의 생활까지 합친다면 그럭저럭 15년동안이나 나는「아파트」에서 살아왔다. 마포「아파트」가 완성된 첫날부터 입주해서 살아왔고 최근에는 세영「아파트」에서 살아보고…때로 답답하고 짜증이 나지만 열쇠만 잠가두고 집을 비울수있어 부담이없고 간편한식(식)생활을 위해 편리한 점이 있고 장마철 같은때 집수리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하여튼 독채를 지니고 산다는 것 보다는 홀가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외국의「아파트」에 비해서마포「아파트」나 세련「아파트」 이촌동「아파트」등은 그외모에 있어서는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당국자들은 너무 겉치레의 단장에만 신경을 쓴것이아닐까…「프라이버시」가 지켜진다는 것이「아파트」생활의 매력의 하나라면 방음장치 같은것에 좀더 신경을 써야하고 열쇠문제도 연구되어야 할것이다.
의국에서는 열쇠제조는 엄격히 통제되고 등록되어야하는데 우리의 열쇠는 여러모로 너무나 허술한 것 같다. 이를테면 한「아파트」건물안에 서로 열리는 「아파트」열쇠가 두서넛있다면 열쇠는 있으나마나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창은 건물의 눈이요, 정원이 없는 「아파트」생활에 유일한 낭만일진대 그러기 위해서는 너무나 조잡하고 어수룩한 느낌이다. 아침햇살이 쏟아지는 「아파트」창 몇 개의 화분이 있고 그들 창을여는 아름다운여인…이것은「파리」나「로마」같은 도시의 아름다운 풍경의 하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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