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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이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에밀·졸라」의 소설에「수인」이라는게 있다. 그 마지막장면에서 일선에 출발하는 군대를 태운 수송열차의 화부와 운전사가 다투다 밖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기관차는 여전히 질주한다. 기적동 없이, 신호도 무시한체 미치광이처럼 어둠속을 달리는 열차속에서도 술취한 병사들이 목이 쉬도록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그 열차가 어디까지 가는 것인지 아무도 몰라. 물론 열차속의 사람들이 알 까닭은 전혀 없다.
흔히는 이 작품을 기계문명을 상징적으로 다룬 것이라고 보고있다.
이처럼 엄청난 의미는 없어도 요새 전선에서 달리는 열차는 꼭 기관사도 없이 달리는「졸라」의 수송열차처럼 언제 탈선·충돌·전복할지 모른다. 열차승객의 목숨도 그러니까 파리목숨이나 다름없다. 그런건 알고있기에 기차속에서 소주가 그토록 잘 팔리고 취객이 많은것인지도 모른다.
올들어서 열차바퀴가 탈선하는 사고가 매일 평균 3, 4회씩 철도청에 보고되고 있다한다. 천여명씩 태운체 달리는 열차의 바퀴가 빠져나간다면…? 정말로 끔찍스런 얘기다.
현재 운행중에있는 열차의 반수이상은 일제때나 6·25전에 도입된 노후차량들이며, 전국 철도에서 대체가 필요한 침목은 1백만점인데 비해 확보가능의 침목은 3O만점 밖에 안된다니까 7O만정이나 부족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청 의한 고위층은『무리인줄 알면서도 현장비시설로는 그 이상의 방안이 없어 현상 유지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적이 딱한 일이다.
그런데다 철도청이 최근에 대만에서부터 도입한 침목 17만정의 10%이상이 국제규격에 미달하는 사용불능의 불량품이었다. 철소청에서는 이 책임을 조달청에 물리고, 조달청은 또 그대로 받아쓰라고 철도청에 종용하고 있다한다. 적이 답답한 얘기다. 이렇게 서로 책임을 미룰 수 있을만큼 한가한때는 이미 아닐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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