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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의견의 의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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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언론자유가 민주정치의 절대적요건임은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적 엄연한 사실이거니와 우리 헌법에도 또한 언론자유의 보장이 엄격히 규정되어있다. 이는 인간 개인의 자유와 독립을 전제로한 의사표시의 자유를 뜻하고있고, 의사표시의 자유는 어떠한 다수의 세력이나 또어떠한 힘으로써 주장하는 의견에 대해서도 반대와 비판의 의견이 떳떳이 맞설수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이점은 민주정치제도의 절대적요건으로서 공산국가와 같은 일당국회의 일당독재가 아닌 두 개이상의 복수(복수)정당제도의 채택에서 더 명백하게 나타나있는 것이다.
우리 헌법규정에도 복수정당제도가 뚜렷하듯이 이와같은 국회의 조직운영의 규정은 아무리 소수파라고 하더라도 그 정치적 의견은 존중되어야하고 그의견에 따라서는 비록 다수라하더라도 소수의 의견을 충분히 받아들여야할 것을 전제로한 제도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주의 제도에는 다수결(다수결)이라는 원칙이 또 하나있다. 다수의 의견에 대하여 소수는 따르지 않아서 아니된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상의 절대한 힘을 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다수결의 원칙」이라는 것이 민주주의의 가면을 쓴 다수의 폭력적 제압의 수단으로 악용되어온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그 대표적예로는 해방직후 어떤 회합에고 공산계열의 음모분자들의「옳소」부대가 들어와 가지고「옳소!옳소!」하는 위압적 소란을 피우는가운데 회합을 좌우하든가 그렇지 않으면 완전히 혼란속에 몰아넣는 음험한 술책을 많이 볼수 있었다. 이러한 예는 사실의 진실을 규명한다든가 가치의 진정한 판단을 위한 가부의 토론도 이론의 전개도 무시하고 단순히 그들 일파의 지배의 목적을 위하여 수단방법을 가리지않는 술책이었음을 잘 알수있었던 것이다.
적어도 다수결의 원칙을 의해서는 표결(표결)에 이르기까지 규칙과 절차를 엄격히 따져 나가되 토론과제에 의문을 남김이 없도록 충분한 토론의 과정을 밟지 않는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근븐 정신에 어긋나는 중대한 위험을 범하는 일이 되기 쉬운것이다.

<다수폭력의 비극적 말로>
해방후 우리 정부가 수립되기까지 계속된 미군 점령당시의 미군정하에서「통역정치」와「예스맨」이란 말이 유행했다. 한국사정을 잘 모르다뿐 아니고 대부분 단순한 직업군인들로 조직된 미군정부의 고위책임자들은 그들의 통역의 말을 들어서 일을 처리하는 가운데 잘못이많았다는 것을 비웃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통역관들이 군정책임자들 앞에서 대개「네,네」만하고「노」소리 한번 못한다고하여 그 통역관들을 일러「예스맨」이라고했다.
그 다음에 우리 정부가 수립되고 나서 대통령 이박사가 거느리는 자유당의 조직이 팽창되며 이박사 개인숭배가 자못심해졌을때「지당대신」이란 말이 상당히 유행했다. 이는 대통령이 마치 절대권위를 가진 제왕과 같은 위치에 있다는뜻에서 그밑의 장관들을「대신」들 이라고 이름지으면서 그「대신」들이 대통령앞에서『아니올씨다』하는 말한마디 못하고 대통령의 비위만 맞추느라고 언제나『지당한 말씀입니다』라고만 한다고해서「지당대신」의 이름이 생겼던 것이다. 이런 것이 모두 그당시의 정치에 대한 불만불평에서 나오는 국민의 비방에 찬 소리였던 것이다.
이를 다시말하면 미군정에나 이박사의 자유당 시대의 정치에는 왜 국민들중의「노」나 「아니오」라고 하는 소리는 전혀 통하지못하고「예스」와「지당」만이 국민의 소리의 전부로 통하게 되었었던가하는 뜻이 포함되어있었다.
그러면 절대의 권력과 다수의 폭려적 위세의 그말로는 어떠했던가. 정당의 소수파의 의견은 물론 국민의 일반적 의사를 무시하고 다수결의 원칙은 변칙도 불법적으로 악용하여 부정·부패·불법을 수 없이 범해온 자유당정권은 마침내 국민의 정치에 참여하는 애국적 명예의 권리를 빼앗는 부정선거를 범하기에 이르렀고 그 때문에 참다못하여 분통을 터뜨린 국민들의『아니다 물러가라』는 4·19의 폭풍우를 실은 거센파도속에 자유당정권은 낙엽같이휘날려가고 이박사는「하와이」로 밀려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 다음의 민주당 역시 정권에 눈이 어두워 다수결의 원칙을 악용하기에 바빴다. 2백명의꽃다운 청년학도들을 제물로 바치면서 자유당정권을 무너뜨린 그뒤에, 그전날까지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그때의 국회의석의 3분의2를 차지했던 자유당국회의원들- 산송장에 불과했던 그들을 위협강요로써 국회에 끌어다놓고 대통령책임제의 헌법을 의원내각(의원내각)제도로개정하고 총선거의 결과로 민주당이 집권케되었던 것이다. 4·19후 국회는 당연히 해산하고국민의 뜻을 물어서 헌법개정의 절차를 밟는 것이 당연한 헌정의 질서였던 것이다.
민주당 정부는 1년도 못가서 자유당에 못지않게 부패가 자심했고 또 그들의 무능은 치안과 질서를 유지키에도 힘이 자라지 못했다.
그러던 위험한 정세에서 5·16의 군사혁명이 일어났다. 이 역시 민주당의 무능·부정·부패에 대한 많은 국민의 불안속의 「아니다」소리를 배경으로하고 나타난 새로운 힘의 교체를 뜻했던 것이라고 볼 것이다.

<다수와 소수상호이해를>
여기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게 될 것이다. 민주정치의 원리의 하나로 찬성에 대한 반대의견의 가치는 마치 칼을 벼르는데는 숫돌을 필요로 하듯이 찬성의견의 건전한 성립을 위해서도 반대의견이 절대로 필요한것이고 또 그런경우에 어떠한 다수파의 세력하에서라도 소수파의 의견은 정중하게 다루어져야할 것임은 물론이다. 그리고 다수결의 원칙은 또한민주정치의 의견조정을 위한 절대의 방법임은 틀림없으나, 그러나 다수결의 원칙을 위해서는 여당의 찬성의견도 야당측에 충분히 소화되어야 하겠거니와 특히 야당의 반대의견은 더구나 여당의 찬성의견을 위해서도 더욱 충분히 소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많은 지도층이 국민의 이해를 촉구하고 적절한 판단을 가질수있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점에서 지난 4일밤 유진오신민당당수가 전국민의 중대한 관심을 끌고있는 예비군설치법개정안의 심의에 관한 회기연장의 규칙절차에 관한 발언중 예비군무장에 관하여 여러모로 반대비판을 한 것은 예비군무장에 관한 토론을 의해서나 또 우리나라 헌법정치의 미숙한 현단계에서보나 극히 주목되는 내용의 것이었다고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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