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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협상 10문10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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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여곡절 끝에 미국과 월맹대표는 이제 며칠안으로「파리」에서 얼굴을 맞대게 됐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속담 그대로 월남평화를 위한 아득한 먼길에로의 서행이 시작된것이다.「파리」협상과 관련된 몇가지 문제를 10문10답식으로 풀이해본다. <외신부>
△문1=「파리」에서 개최되기까지의 경위는?
미국이『5월10일이나 또는 며칠 늦은 일시에 「파리」에서 월남평화예비회담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는 월맹측「메시지」를 지난3일「라오스」수도「비엔티앤」주재미대사로부터 입수, 동의한데서 결정적으로 확정되었다. 그러나 미·월맹간의 지루했던 전쟁을 돌이켜볼때「협상에의 길목」으로 이끌어온 수많은 표면상 이면상의 노력을 한마디로 꼬집어 그계기를말할 수는 없다.
다만 지난4월1일「존슨」대통령이 출마포기선언과 함께 축전조치를 발표하면서「하노이」측에 협상제의를 공식제기한 이른바「존슨」의「4·1선언」이 근래에 그계기를 이룩했던 것이다. 그리고서도 5주간에 걸쳐 17개의 회담장소가 물색되었었다.
「파리」는 미·월맹을 비롯해 월남전의 모든 관계국이 손쉽게 출입할 수 있는 국제도시로서 회담진행에 무리가없다는점에서 쌍방이 수락한것이다.
△문2=무엇을 다룰것인가?
「존슨」의「4·1선언」을 월맹측이 경청, 협상용의의 의사를 밝혔는데 그들은 두가지의 조건을 내세웠다.
ⓛ전면 북폭중지의 확실성 타진 ②월맹에 대한 모든 전쟁행위의 종결. 이에대하여 미국은 당초부터「대응조치」로서「월남에의 침투중지」를 내세우고있다.
그러나 이같은 양측의 주장은 현월남의 정치정세 및 군사상황으로 보아 타협에 이르기까지는 길고도 험한 가시밭길을 걸을것이 예상된다. 그것은 미·월맹간의 양자회담이라해도 월맹측으로는 소·중공의 압력이 작용해있고 미국측으로는 한국을 비롯한 월남참전제국의 주장이 깃들여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보다앞서 월맹측이「베트콩」을「업저버」자격으로 회담에 참석시키자고 주장하면 이것 또한 많은 논란을 야기시키게 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회담은 보다 고위층에 의한 본회담의 길잡이로서 왈가왈부하는 실속없는 선전장이 될 우려도 없지않다.
△문3=소련 입장은?
월남전에 미국이 발이 묶여있는 것을 내심 환영하면서도 월남전이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되어 미·소협력체제가 뿌리째 흔들리는 것은 원치않는다는게 월남전에 대한 소련의 태도이다.
그러면서도 월남전의 영속화로 월맹에 대한 중공의 영향력이 너무 강대해지는 것을 기피하고있는게 소련의 속셈인지라 미·월맹예비회담에 대한 소련의 태도가 처음부터 찬성으로 나오고있음은 당연한 논리의 귀결이다.
미·월맹회담이 이뤄지도록 월맹을 설득해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겉으로는 거부해왔으나 예비회담이 성사가되도록 소련이 미친 영향을 전혀 무시할 수 없겠다.
△문4=중공 입장은?
문화혁명으로 아직도 혼란을 거듭하고있는 중공은 국민의 관심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서도 인접지역에서 전쟁이 계속되는 것이 그들에게 유리하다.
더구나 월남전의 경우는 전쟁성격이 미·중공 간첩대결의 형태를 띠고있으므로 중공군을 투입함이없이 가장 적국인 미국의 병력과 물자를 소모시킨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수있다.
따라서 중공은 처음부터 미국의 협상제의를 『확전을 위한「제스처』라고 비난하고 월맹에 승리할때까지 투쟁을 계속하라고 은근히 압력을 넣고있다.
△문5=참전국 태도는 어떤가?
월남전의 당사자인 월남은 미·월맹회담에 상당히 비판적이며 그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신경을 날카롭게 하고있다.
만일에 월남민족해방전선이 연정에 참가한다면 그것은 궁극적인 월남의 공산화를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그들의 우려는 심각하다.
미국 다음으로 5만이라는 대부대를 파견하고 있는 한국은 미·월맹회담을 원칙적으로 지지하면서도 협상에는 미국외에 참전국들도 참가해야한다는 주장을 견지하고있다.
지난 4월17, 18일의「호놀룰루」한·미정상회담도『월남문제의 해결에는 월남국민의 소망이 존중되어야하며 월남에 관한 여하한 협상에도 월남과 기타 참전국들이 참가하여야한다』는 67년4윌의 7개국 외상회담의 공동성명을 확인했다. 월남문제의 해결이 월남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이루어지도록 해서는 안된다는데 참전국들의 견해는 일치하고있다.
△문6=「파리」협상과 미국대통령선거와의 관계는?
미국이나 월맹이 다같이 오는 11월에 실시될 미국대통령선거와 월남전의 협상을 상호원격조종하는 관계로 묶으려고 할 것은 당연할 것 이다. 미국으로서는 월남의 전투와 긴밀히 연결된 협상의 진도에따라 강온의 태도를 적절히 나타냄으로써 선거민들의 반전여론을 무마해 나갈것으로 보여지는 한편 종전을 위해 극적인 조처를 취하여 선거전의 승리를 노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월맹은 선거전문가인「수안·투이」를 협상대표로 내세우고있는만큼 협상과정에서 최대의 선전공세를 취할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내의 반전파여론이 과연「수안·투이」의 선전공세로 영향을 받을지는 의심스럽지 않을까?
△문7=「파리」협상과 현지전세와의 함수관계는?
우세한 전세는 회의장에서의 유리한 입장을 뒷받침해주기 때문에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교전쌍방은 군사적압력을 가중하면서 회의장에서의 유리한 입장을 노릴것이다.
10일에 열릴 예정인「파리」예비회담을 6일 앞둔 지난5일의「사이공」을 비롯한 월남전국의 1백20개 군사목표지에 대한 공산군의 대공세도 바로 이러한 의도의 발로 인 것으로 해석되고있는 것 이다.
1946년에 시작되어 54년에 끝난 호지명군의 대불전서「제네바」회의가 시작되기 하루전인54년5월7일에 8년내의 최대공세를 취해 마침내 불군기지「디엔비엔푸」를 함락한 선례대로 전투가 진행된다고 가정한다면 공산군은 앞으로도 제2, 제3의공세를 취할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회담의 중요한 고비때마다 쌍방이 군사적 압력을 시도할 것은 충분히 예견되는바다
△문8=「제네바」회의에서의 인지전 처리는 어떠했는가?
1946년12윌 불군이 월남독립동맹(월맹)의 호지명군과 충돌한 이래 8년간 계속된 인지전쟁은 54년7월21일에「제네바」회의에서 성립된「휴전협정」으로 그해8윌21일 정전이 이루어졌다.
불군의 결정적 패퇴의 계기를 이룬 54년5월7일의「디엔비엔푸」함락의 다음날인 5월8일에열린「제네바」회의는「베트남」휴전협정, 최종의정서를 채택하고 일부 참가국은 단독선언을 발표했다. 이회에서 채택된「제네바」협정은 북위17도선을 경계로 이북은 호지명정권이,이남은「고·딘·디엠」정권이 관장하다가 56년7월에 남북을 통한 총선거로 통일정부수립을규정하고있으나,「고·딘·디엠」정권의 거부로 아직껏 실현되지 못했다.
「제네바」회의 참가국은 미·영·소·불·중공·「라오스」·「캄보디아」·남북월남의 9개국이었으나 미국과 남월남은 협정조인을 거부했다.
△문9=판문점회담과의 상이점, 유사점은?
한국동난의 휴전회담은 소련의「유엔」대표「말리크」제의한데 비해 「파리」예비회담은「존슨」미대통령의 제의로 결실을 보게됐다. 전세가 불리하면 휴전을 제의하거나 동의하는게 공산측의 전투수단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따라서 회담제의의「이니시어티브」보다도 더욱 험난한 장벽이「파리」회담의 앞길에 가로놓여있다.
이번 회담이 얼마나 끌것인가는 아무도 예측키 어려우며 특히「파리」회담도중에도 쌍방간의 전투는 더욱 치열해질것임엔 틀림없다.
한국전 당시 개성과 판문점에서 회담이 진행되는도중 미군은 1만2천7백명의 전사자를 낸 것은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이미 월맹은 미국의 북폭제한이후 8만여병력을 남파했고 회담의 의제와 참전국들의 참가문제등도 상당한 흥정을 필요로한다. 「파리」회담은 이런 모든 상황에따라 춤을 춰야한다.
△문10=협상 전망은?
결코 낙관할 수 없다. 54년의 경우 소련과 중공이 협상의 결렬을 막고자 월맹에 압력을 가했지만 이번 협상서는 중공의 입장은 정반대로 강경하고 소련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못하고있다.
뿐만아니라 월맹과 민족해방전선(NLF)간의 기본입장도 일치되지않고 있다. NLF의 협상참가문제는 월남의 협상참가문제와 함께 최대의 난제인데 이문제에 관한 미·월맹태도의 신축성여부가 협상전망을 크게 좌우할것같다.
그러나 마국과 월맹이 각각 다른 동기에 의해서 이긴하지만 종전을 원한다는 징조만은 확실하다. 이점이 협상전망에 대한 낙관론의 바탕이다.
월남전쟁의 해결방안으로서의 연립정권안은 월남정부와 NLF가 다같이 상대방과의 연정에 반대하고 있어 문제이고 동남아평화의 방안으로서의 윌남중립화는 중공의 협상불참으로 불가능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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