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연구소에 재무팀 직원 20~30명 이 회장 남매 사는 빌라와 10m 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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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필동 소재 CJ인재원. 오너 일가가 사들인 고가의 해외 미술품이 있다. [김성룡 기자]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CJ경영연구소와 CJ인재원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이 개인 집무실로 사용해 온 CJ경영연구소는 비자금 조성과 관리 과정에서 막후 역할을 한 곳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 역시 CJ그룹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두 곳에 근무하는 자금담당 직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확보해 분석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지상 5층과 지하 6층 규모로 완공된 CJ경영연구소는 서울 장충동 고급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이 회장과 이 회장 누나인 이미경 CJ E&M(엔터테인먼트 & 미디어) 총괄부회장 등의 주택이 밀집해 있어 ‘CJ 오너 타운’으로 불리는 곳이다. 연구소는 이 회장과 누나인 이 부회장이 살고 있는 빌라와는 불과 1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또 이 연구소와 담벼락이 맞물려 있는 다른 빌라에는 이 회장의 장녀가 살고 있다.

 이 연구소는 삼성·LG 등의 경제연구소처럼 박사급 인력이 상주하며 시장 상황의 변화 등을 연구하고 미래 전략을 짜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CJ그룹 내에서도 이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부서와 인력을 모를 정도로 베일에 가려져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재무팀 직원 20~30명이 근무한다는 소리만 들었을 뿐 그룹 내에서도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외활동을 꺼리는 이 회장이 남의 눈을 피해 개인 집무실로 쓰며 사적인 업무를 보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서울 필동 남산골 한옥마을 인근 주택가에 위치한 CJ인재원도 주목거리다. 이곳은 그룹 내 직원들의 교육장이나 결혼식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CJ인재원에는 이 회장 일가가 서미갤러리 등에서 사들인 해외 미술품 138점 중 일부가 보관된 미술품 수장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뿐 아니라 미술품을 이용한 비자금 세탁 등으로 확대될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검찰은 CJ인재원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 회장 일가가 보유한 미술품을 관리하는 직원의 컴퓨터도 압수해 간 것으로 확인됐다.

글=장정훈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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