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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붉은안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보스졸리」대령회고록>나는 잠시 「마르텔」 사건을 덮어두고 「쿠바」와 관계된 「에피소드」를 설명하겠다. 62년6월께 나에게 맡겨진 임무의 하나는 「쿠바」에서의 「프랑스」의 정보활동을 지휘 감독하는 것이었다.
소련의 군사력이 「쿠바」내에서 증대되고있다는, 좌시할수없는문제가 제기된62년여름까지만해도 「케네디」정부는 「피델·카스트로」의 「쿠바」가 공산주의에 추종하고있는것을 하나의 위협으로 보기보다는 귀찮은 일로보아왔다.
나는 「쿠바」내의 소식통에서 얻은정보를 「파리」정부에보고하는한편미국정보당국에도 이를 알려주었다. 나의 장관인 「자퀴르」장군은 미정보당국과의 친면을 두텁게할생각으로 10월5일 「워싱턴」에 왔다.
미국 정보당국관계자들과 처음 만났을때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쿠바·파리도 연걸>
「케네디」 서한이 발송된지 벌써 약6개월이 지났으나 「프랑스」내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미국관리들은 「프랑스」 정보기관에 적의 간첩이 침투했다는 사실뿐아니라 특히 「드골」장군의 측근인 어떤관리를 분명히 설복시킬수 없음에 우려하고있었다.
「마르텔」은 이관리를 매수하고 있는듯이 보였다.
나는 「워싱턴」으로 비래한상관 「자퀴르」 장군과 몇시간 자리를 같이했다.
오랫동안 이얘기저얘기끝에 「자퀴르」 장군은「케네디」친서에 언급하고 전향한소련인들이 제공한 정보의진부를 파악하기위해 SDECE가 어떤 조치를 취하고있는지에대해 몇마디 언급했을뿐이었다.
「파리」로 떠나는 그를 전송하였을때 나는 그가 서류뭉치로 가득찬 손가방을 들고있는것을 보았다.
나도 그 서류철을 작성하는것을 도와주었지만 그가 그기밀문서룰 대수롭게 여겼는지에대해서는 의심을두지 않을수없다.
12월초 급한 용건을 얘기하자면서 「자퀴르」장군은 나를 「파리」로불러들였다. 나를 맞이하는 그의 태도는 내가 몸둘곳을 모를만큼 쌀쌀하였다. 그는 이윽고 입을 열었다. 바로 아래층에 사무실을 둔 「마로이」대령을 만나보라는 것이었다.

<불, 대미첩보에부심>
「마로이」대령이 하는, 주된 임무는 의국정보기관과 불정보기관(SDECE)의 연락업무를 조청하는것이었다. 「마로이」대령은 나에게 두가지 이례적인 건의를하였다. 첫째, 「쿠바」 안에있는 나의 중요정보소식통의 이름을 특정장교에게밝힐것. 둘째, 미국의군사시설과 과학연구결과에관한 정보를 수집할 특수임무를 띤 비밀정보망을 미국에 조직할것.
「마로이」대령은 『미국인들은 우리「프랑스」를 도와주기를 거절했단 말이요. 우리는 우리자신의것을 어떻게하면 만들수있을까 그길을 찾아봐야겠소.「드·골」대통령의 고집은 대단하오』하고 말했다.
나는 첫째 제의를 즉석에서 화를 발칵내면서 거절하였다. 만일 정보계(계)에 불가침의 규칙이라도있다면 어떤일이있어도 정보출처를 밝혀서는 안된다는것이 아닐까.
두번째제의에대해서는 나는 내귀를 의심하지않을수없었다. 이계획은 바로 수개월전 「마르텔」 이「프랑스」번문관들에게밝힌바 있는계획그것이었다.
나는「마로이」대령에게 말했다.
이계획은 실행하기 힘드는일이될뿐 아니라기술상으로도 불가능하다. 그뿐인가. 만일그것이 탄로난다면 「프랑스」와 미국과의관계는 파탄에직면할 것이 거의틀림없을것이다.
나는 「자퀴르」장군이 일을 바로잡아놓을것을 확신했다. 그러나 갑자기 「자퀴르」장군은 그의 참모들에게 압도되어 무력하다는사실을 알아차리게 됐다.
다음날 아침 SDECE에있는 상관들과만났을때 나는 뜻밖에도 아무런 까닭도알수없는채 「쿠바」에관련된 나의 행동을 변호하지 않을수없는 입장에몰렸다.

<쿠바활동 신망잃어>
그다음번 회의때 「마로이」대령은 세 「페이지」에빡빡하게 「타이프」로 찍힌 반미정보수집을 위한 지령문을 내앞에서 큰소리로 읽어내려갔다.
지령문가운데는 일반과학연구자료와는 무관한미국의 ICBM(대륙간탄도탄)의 배치와같은 특수부문의 군사정보수집에 관한것도 들어있었다.
『「프랑스」는 이따위정보는 필요없지않소. 그런것은 오직 소련에 도움을 줄뿐이요』라고 반박하는 나에게 『지령내용은 자명하다』는 대답뿐이었다.

<네첩보는가치없다>
나는 매우 괴로운 마음을 안고 「워싱턴」에 돌아갔다. 얼마후 나는 「쿠바」에 관한 정보활동을 아주 집어치우라는 지시를 「파리」로부터 받았다.
그러면 내후임에는 누가될것인가를 물었으나 아무런 회답이 없었다.
「쿠바」 「미사일」위기때 그렇게도 충실히 서방측을위해 봉사해온 성실한 사람들로 구성된 정보망이 뿌리째 뽑혔다.
「파리」에있는 나의상관들은 내가 사임하도록원하고있음이 날이갈수륵 분명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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