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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의 자주노선선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스탈린」체제의 붕괴와 공산권의 분열이 격심한 가운데 공산국가들은 형형색색의「자주노선」을 게양하고 있다. 「루마니아」·북괴·「쿠바」를 비롯해서 최근에는 「체코」·월맹등이 이른바 「자주노선」을 강조하고 있는 것등은 그 실례들이다.
원래 민족자주성이라는 것은 사상의 독립을 의미하며 민족의 자결을 의미한다. 그런데 민족의 자결이라는 것은 자유롭게 민족의 의사가 반영되는 사회에서만 가능한 것이므로 공산주의자들이 말하는 「자주노선」과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임을 미리 알아둘 필요가있다. 공산권 여러곳에서 내세워진 소위 「자주노선」은 그 성격과 배경이 각각 다르지만, 세가지 공통적인 요소를 가지고있는 것을 알수있다. 첫째로 그것은 격화된 중·소 분쟁에서 중립을 지키자는 것이며, 둘째로 내부적인 권력투쟁을 지양하기 위한 구호이고, 세째로 자주적인 공산혁명을 이룩하자는 것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22일 월맹의 노동당 기관지 「난단」은 「레닌」탄생98주년에 즈음해서 월맹공산당의 「독립성」과 「창조성」을 새삼 강조했지만, 그 동기 역시 전기한 세가지 요소에서 예외가 될 수 없음은 더 말할것도 없다.
첫째로 월맹공산당이 그의 「독립성」과「창조성」을 강조하게 된것은 시기적으로 월맹이 미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중·소의 간섭, 특히 중공의 간섭을 배제하려는 사전포석이라고도 볼수 있다. 중공은 미·월맹협상을 새로운 사기라고 맹렬히 공격한바 있다. 또 최근 중공은 북평주재 「베트콩」대표부를 대사급으로 승격시켜 월맹과 「베트콩」사이의 분열을 은연중에 부채질하고 있는것이다. 또 중·소는 24일부터 「부다페스트」에서 개막된 세계공산당회의준비회합과 때를 같이하여 서로 월맹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치열한 유인공작을 벌여왔으므로 「하노이」는 차제에 중립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했던 것이 아닌가라고도 보여진다.
둘째로 「하노이」의 「자주노선」은 월맹내부의 권력투쟁을 반영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노이」의 권력구조내부에서 친중공파인 「주온·틴」(국민의회상무위원장)파와 친소파인 「레·듀안」(당제1서기)파간의 갈등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전기한 「난단」지의 논설 가운데 「레·듀안」의 「독립론」을 인용한것을 보면 「하노이」내부에 권력투쟁이 있다는 심증을 더욱 굳게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북괴의 김일성이 「자주노선」을 내세우면서 반대파를 숙청하고 김일성에 대한 개인숭배와 우상화를 강화하고 김일성의 권력체제를 강행했던 전례를 연상케 할것이다. 다시 말해서 어느 일파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자주노선」을 게양하고 있는 것으로 볼수있다.
세째로 보다 장기적인 전략으로서 『월남의 적화는 월맹자신의 힘으로』라는 「자주혁명」의 적화이론과 그에 알맞는 전략전술을 재정비하기 위한것으로도 볼수있다. 앞으로 만약협상이 된다고 할때, 또 전면전쟁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없다고 할때, 「하노이」는 그상황에 알맞는 새로운 실천과제를 내놓을 필요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월맹의 「자주노선」이란 월맹공산당의 본질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므로 이문제에 관한한 모든 자유국가들은 월맹이 내세우고있는 소위 「자주혁명」의 이론과 그 실제적인 전략전술이 어떤 것인가를 간파하고, 그에 어떻게 대비할 것이냐를 예의 검토할 필요가 절실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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