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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단처럼 정숙, 민첩한 SUV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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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는 RAV4의 디자인만큼 운전감각도 이전보다 한층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도요타 RAV4는 1994년 데뷔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가운데 처음으로 몸통과 뼈대의 구분이 없는 모노코크 차체를 썼다. 이번 모델은 4세대 째다. 신형의 디자인은 에지와 입체감을 골고루 부각시켰다. 그 결과 표정과 몸매가 한층 뚜렷해졌다. 덩치는 길이와 너비·높이를 각각 10~50㎜씩 줄였다. 그러나 실내 공간과 트렁크는 오히려 키웠다. 엔진은 이전과 같은 직렬 4기통 2.5L 가솔린. 변속기는 기존의 자동 4단에서 6단으로 바꿔 굴림 방식에 따라 연비를 5.2~5.8% 개선했다. 그 밖에 에코와 스포츠 주행모드, 전동식 테일 게이트, 차선이탈 감시, 사각지대 경고, 타이어 압력 경고, 블루투스와 USB 장치, 메모리 및 열선 시트, 선루프, 후방 카메라 등을 새로 더했다. 에어백도 2개 늘어 이제 8개다.

 정숙성은 디젤과 ‘비교불가’다. 아이들링 땐 시동이 걸렸는지 소리만으로 눈치 채기 어렵다. 초기 가속은 강력하다. 가속페달이 민감한 편이라 발만 얹어도 부리나케 뛰쳐나간다. 민첩한 가속은 고속도로 법정 최고속도를 넘어서도 거침없이 이어진다. 기어 비를 잘게 쪼개면서 변속도 한층 섬세해졌다. 들쭉날쭉 방황하지 않고 힘을 차분하고 알차게 나눠 쓴다. 4기통이지만 고회전에서의 숨소리도 제법 구성지다. 가변 밸브 타이밍 기구인 VVT-i가 효과적으로 숨통을 쥐락펴락하기 때문이다. 사륜구동 시스템을 개선하면서 움직임도 더 민첩해졌다. 이전에는 수동적이었다. 앞바퀴가 헛돌아야 구동력을 뒤로 옮겼다. 반면 이젠 스티어링 휠을 비트는 각도와 가속 페달 밟은 깊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14일 서울~태안의 왕복 400㎞ 구간을 달리며 SUV를 몰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다. 눈높이와 무게 중심이 낮고 가속과 회전이 민첩해서다. 승차감과 정숙성도 평범한 해치백에 가깝다. 다만 흥에 취해 거칠게 다루면 연비가 확연히 떨어졌다. 습관과 환경에 덜 민감한 디젤 엔진과 가장 큰 차이였다. RAV4의 가격은 2WD 3240만원, 4WD 3790만원. 

김기범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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