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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온 김웅 대표, 교섭 시작할 때 자리 떠"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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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2시, 국회의원 의원식당에 냉랭한 기운이 흘렀다.

남양유업 본사와 대리점 간 단체교섭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시가 돼도 교섭은 진행되지 않았다. 2시부터 생중계 예정이었던 각 방송사 촬영기자를 포함, 민주당 최고위원 우원식 국회의원이 진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우 의원은 “김웅 대표가, 굳이 자신은 참석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본부장을 보내려 했다”며 “대표가 와야 하는 자리이니 빨리 오라고 재요청했다. 40분 연장하겠다”고 설명했다.

짬을 내어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 정승훈 총무(42세·경기 고양시)를 만났다. 정 총무는 김 대표가 오지 않으려 한 점, 그리고 대표의 지각으로 시간이 연장되는 점 등으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10일 남양유업이 배포한 보도용 사진에 불만을 품은 터라 속에 쌓인 이야기들이 많았다.<관련기사: 본지 21일자 [단독]남양유업 김웅 대표의 사과는 '연출'이었다?http://www.jhealthmedia.com/news/articleView.html?idxno=9707>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정승훈 총무

-교섭 성과는 어땠나.

“얻은 게 없다. 김웅 대표이사가 교섭 시작하자마자 바로 자리를 떴다. 집에 급한 일 있다고 하면서 가버렸다. 교섭 시작 전, 기자들이 밖으로 나간 직후였다. ‘교섭에 임했다’는 ‘보여주기’식으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대표가 없으니 밑의 직원들은 무조건 ‘검토해 보겠다’ ‘대표와 상의해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별다른 성과가 없어 24일 오후 2시 남양유업 본사 인근에서 2차 교섭을 하기로 했다.”

-홍원식 회장이 줄곧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데.

“욕설 녹취록의 피해 점주가 1월 협의회 측으로 해당 녹음파일을 건넸다. 그때부터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피켓과 재고품을 놓고 시위했다. 홍원식 회장은 거의 매일 회사로 출근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벌레 보듯 쳐다보고 지나친다. 홍 회장은 우리가 철수하고 자리를 뜬 것을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건물 밖으로 나온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와도 회장이 공식석상에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기업이 바로 남양유업이다.”

-홍원식 회장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거짓말 치지 말고 정신 차려라. 한 기업을 이끌어가면서 거짓말로 돈 벌지 마라. 사과하려면 사과의 ‘사’자부터 알고 와라.”

-10일 보도용 사진에 대해 남양유업과 해석이 다른데.

“홍 회장과 마찬가지로 단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던 김웅 대표이사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공식사과를 했다. 그러더니 다음날(10일) 본사 건물에서 갑자기 웃으며 내려왔다. 내 손을 잡고 미안하다고 하길래 손을 뿌리치려 했다. 이러지 말라고 했다. 사과하려면 예의부터 갖추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다시 내 손을 강하게 잡았다. 그때 홍보팀에서 준비한 카메라로 그 장면을 찍어갔다. 왜 이러냐고 되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마치 나도 원해서 손 잡은 것처럼 보도화돼 화가 났다. 인터넷으로 기사를 확인한 순간 화가 치밀어 컴퓨터를 껐다. 사과를 하려면 사과의 ‘사’자부터 알고 와야 하는 것 아닌가.”

[※ 이에 대해 남양유업은 본지에 다음의 해명 글을 보내왔다. ☞ 김 대표의 사과는 연출이 아닙니다. 당일은 남양유업의 기자회견 다음날로, 김 대표는 이날 회사의 사과에 대한 의지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직접 회사 앞에서 시위중이던 대리점 피해자 협회(당시) 총무님을 찾아가 고개 숙여 사과했고 그 장면이 보도된 것입니다. 만약 저희가 “피해 대리점과 화해했다”고 했거나 “사과를 받아줬다”라고 했다면 거짓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단지 “김웅 대표가 시위중인 대리점 피해자협의회 총무님을 찾아뵙고 사과드렸다”고만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건 단언컨데 진심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연출’이라거나 ‘우린 사과를 받아준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저희가 하지도 않은 말에 대한 억측이고 비약입니다.”]

▲ 김웅 대표이사(맨 앞)를 비롯한 남양유업 일행 및 담당변호사가 21일 오후 2시 40분, 당초 예정시각을 40분 넘겨 교섭장소인 국회의원회관 의원식당에 들어서고 있다.

-전국 대리점 피해 현황은 어떤가.

“전국에 1500개 대리점이 있다. ‘일부 대리점만 피해를 입은 것’이라는 일부 주장과 달리, 1500곳 중 대부분의 대리점이 밀어내기 행태로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욕설 녹취록의 해당 점주는 2010년 당시 정신적 고통이 너무 커 공황장애에 시달렸고 정신병원에서 진료까지 받았다. 그리고 2011년 문을 닫았다. 밀어내기로 인한 금전적 손실로 가정이 파탄 난 대리점주들은 부지기수다. 나 역시 그 피해자 중 한 명이다. 본인은 작년 11월, 영업개시 2년 만에 폐업했다. 권리금 7400만 원 포함, 2억4000만 원을 떠안은 채 말이다. 주문한 물량보다 20~30% 더 보내는 건 기본이었다.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300~400개가 도착해 있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들이 대다수였다. 심지어 유통기한 지난 식품도 있었다.”

▲ 김웅 남양유업 대표(왼쪽)와 이창섭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장(오른쪽)이 우원식 민주당 최고위원을 가운데 두고 교섭 전 악수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대국민 사과 이후 본사 직원의 압박은 없어졌는가.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 이창섭 회장은 1월부터 본사 앞 시위를 하면서 본사로부터 일방적인 계약 파기를 통보 받고 대리점 문을 어쩔 수 없이 닫았다. 전국 대리점 주 1500명 중 우리 협의회 회원은 고작 50명. 이번 사태 이후 50명 가량이 추가 가입을 원할 뿐이다. 이렇게 회원 수가 적은 이유는 따로 있다. 각 지점 본사 직원들이 점주들에게 회원 가입을 하지 말라고 협박하기 때문이다. 오늘 교섭에서 김웅 대표이사는 이 같은 사실에 대해 ‘그런 일 없다’고 잡아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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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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