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주먹, 그리고 순정 … 세련된 누아르가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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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새 월화드라마 ‘무정도시’의 한 장면. 범죄조직의 중간보스 정경호(오른쪽)가 신분을 위장한 채 조직에 잠입한 여형사 남규리와 사랑에 빠지면서 극적인 갈등이 시작된다. [사진 JTBC]

국내 첫 정통 TV 누아르(noir) 드라마가 찾아온다. JTBC에서 27일부터 매주 월·화요일 내보내는 새 드라마 ‘무정도시’(밤 9시50분)다. 거대 마약조직과 이들을 타도하기 위해 분투하는 경찰의 대결을 다룰 예정이다.

　사실 누아르는 영화의 주요 장르 중 하나다. 암흑세계의 비열함, 그 안에서 피어나는 인간애 등에 초점을 맞춘다. ‘무정도시’는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등 충무로에 불고 있는 누아르 열기를 TV로 옮겨올 작정이다. 범죄조직과 이를 쫓는 경찰의 이야기는 그간 범죄·수사드라마에서 많이 다뤄졌지만, 폭력의 세계를 정면으로 해부하는 액션 드라마는 거의 없었다.

거대 마약조직과 경찰 숨막힌 대결

20일 ‘무정도시’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재윤, 남규리, 정경호(왼쪽부터). [뉴시스]

　‘무정도시’는 범죄·액션을 전면에 내걸고, 한창 경쟁이 뜨거운 지상파 월화드라마 3파전에 뛰어든다. MBC ‘구가의 서’,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 ‘무정도시’와 같은 날 시작하는 KBS 새 드라마 ‘상어’와 한판 대결을 벌인다. 제작진은 정통 누아르라는 남성적 소재에 여성 시청자들에 어필할 멜로 라인이 결합돼, 시청자의 관심을 끌어 모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영화에서 펼쳐지는 듯한 시원한 액션신도 기대해달라고 주문했다.

　‘무정도시’의 메가폰은 드라마 ‘어사 박문수’ ‘서동요’를 연출한 이정효 PD가 맡았다. 신예 유성열 작가와 손을 잡았다. 조폭과 경찰의 대치, 배신, 음모 등을 서울 강남 일대를 배경으로 스펙터클하게 담아낼 예정이다. 여기에 범죄조직에 신분을 위장한 채 잠입한 여형사의 사랑 등 세 남녀의 엇갈린 로맨스가 더해진다.

마약제조·거래 장면 경찰 감수 받아

　20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는 하이라이트 영상이 공개됐다. 숨막히는 도심 추격신이 속도감 있게 펼쳐졌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볼 법한 대량 마약 제조 현장과 강남 일대 클럽에서 마약이 밀거래 되는 모습, 자신이 살기 위해 타인을 먼저 공격하는 수위 높은 장면 등이 눈길을 끌었다.

　이정효 PD는 “유성열 작가가 3년 동안 준비한 작품이라 구성과 전개가 탄탄하다”며 “마약과 관련한 장면이 많은데 이에 대한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경찰 관계자들의 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정경호, 냉혹한 2인자로 연기 변신

　지난해 9월 제대 이후 ‘무정도시’로 브라운관 복귀를 하는 정경호는 기존의 부드러운 이미지 대신 강한 남자로 변신했다. 정경호가 맡은 역할은 피도 눈물도 없는 마약조직 2인자 정시현이다. 칼 한 자루를 쥐고 복도를 전진하며 폭력 조직원들을 연속해 죽이는 냉혹한 모습부터 부당한 행동을 하는 조직의 1인자를 처단하는 모습까지 선보인다. 잠입수사를 위해 조직에 들어온 경찰 남규리(윤수민)와 사랑에 빠지면서는 남자의 눈물겨운 순정도 보여준다.

　정경호는 “3년간 공들인 작품이라 연기에 대해서도 연구를 많이 했다. 영화에 사용되는 카메라와 영화 쪽 스태프들이 함께한 작품이라 퀄리티(품질)는 자신한다”며 “드라마 전반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 위해 술도 끊고 작품에만 빠져 살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역인 남규리는 “손예진 선배가 컴백하는 ‘상어’와 같은 날 첫 방송이라 부담도 되지만, 누아르라는 장르적인 특별성에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든 배우들의 연기가 더해져 ‘무정도시’를 한번 보시면 빠져들 것으로 자신한다”고 했다. ‘무정도시’에는 이 밖에도 손창민·이재윤·고나은 등이 출연한다.

한제희 기자

◆누아르=범죄와 폭력세계의 삶을 비정하고 암울한 톤으로 그린 영화 장르를 말한다. 누아르(noir)란 프랑스어로 ‘검은’이라는 뜻이다. ‘영웅본색’‘첩혈쌍웅’‘무간도’ 같은 홍콩 범죄영화를 흔히 ‘홍콩 누아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