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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칼라의 눈(128)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인쇄계의 선구로 2년째>
1967년5월1일은 우리나라의 신문과 인쇄의 역사에있어서 특기할만한 날이다. 이날 처음으로 신문인쇄에 종전처럼 활자를 손으로 뽑는대신에 기계로뽑게된것이다. 중앙일보에 설치된「모노타이프」라고하는 이 기계는 그때부터 1년이지난 오늘, 기술자들의 숙련의 도를 높임과아울러 완전한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 재래식 방법에의하면 주자기라고하는 기계로써 활자를 많이주조해서 넓은면적에 저장해두는 한편 수천종의 활자를「케이스」에 배열해놓고 그앞에 문선원이 서서 한손에 원고와「스티크」(활자를뽑아서 담는그릇)를 들고 다른 한손으로 채자를한다.

<2천6백자를 한 책상에>
「모노타이프」는 국민학교 어린이 책상만한 기계로서 문선원은 의자에 앉아서 원고를 앞에 매달아놓고 발로「페달」을 누르며 두손으로 건반을 두드리는 것이다. 지금 중앙일보에서 사용하고있는「모노타이프」의건반은「키」가 6백50개로 돼있는데 한「키」에 4자씩 한자 한글 로마자 기타 각종 부호등 도합 2천6백자가 배열돼있다.「키」를 누르면 조합의 원리에 의해서「테이프」에 최고 12개까지 여러가지 모양으로 구멍을 뚫는다. 그「테이프」를 주식기에 넣으면 자동적으로 활자가 주식돼 나오는것이다. 재래식대로 손으로 채자하면 1분간에 20∼30자를 뽑을수 있는데 비하면「모노타이프」로는 보통70∼80자, 최고1백자까지도 뽑을수있으니 문선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바꾼셈이다.
활자의 시조는 중국 송나라의 인종때(1041년∼48년) 필승이라는 사람이 진흙에 글자를 새겨서 일종의 도제활자를 만든것이라고 하는데, 세계의 학자들은 금속으로된 활자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사용됐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즉 이조태종3년(1403년)에 정부에의해서 용자소가 창설되고 동활자가 용조돼서 서적이 대량으로 간행된것이 세계에서 최초로 한개씩 떨어진 금속활자로써 인쇄를한 사실로 인정되고 있다. 용자연도를따서 계미자라고 불리는 이활자로 인쇄된 책으로 현재 남아있는것은 송조표천총유, 북사상절, 17사모고금통요, 대학연의등 4종이 있다.

<조상의예지 못잇는 현실>
이와같이 우리 조상들이 금속활자로 인쇄한 것은, 구라파에서 독일의「요한·구텐베르크가 처음으로 같은방법으로 성경을 인쇄한것이 1446년경으로 알려져있으니 그보다약 반 세기나 앞섰던 것이다.
그후 수세기동안 우리 나라에서는 금속활자에 의한 서적의 간행이 성행하고 이조문화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이에 뒤이어 우리문화발전사에 있어서 생긴 큼직한 사건은 1446년에 세종에 의한 훈민정음의 반포였다. 이토록 빛나는 우리 조상들의 문화적인 업적에도 불구하고 현대에와서 우리 나라의 인쇄기술은 선진 여러 나라에 비해서 까마득하게 뒤떨어져 있다.

<한자 혼용은 기계화 막고>
우리의 인쇄문화의 발전을 가로막고있는 주요한 요소중의 하나는 물론 그 수많은 한자다. 현재 일간신문사에는 보통 사용되는 한자와 한글에 소위벽자라는것을 합쳐서 7천종 내외의 활자를 준비해놓고있으며 그래도 지명과 인명에 모자라면 나무에 새겨서 보충을 하고있는 형편이다. 그많은 활자를 쉴새없이주조해내고 저장하는데 방대한경비를쓰고 넓은실내면적을 차지해야된다.
지난정초에 한국신문협회는 신문에서 쓰는 한자를, 고유명사를 예외로하고 2천자로 제한하자는데 합의를 했다. 이보다 1년앞서 중앙일보는한자를1천3백자로 제한했고현재「모노타이프」에는 1천28자를배열했다.
만일에 한자를 전부폐지하고 한글만을쓰게되면「모노타이프」의 건반은 훨씬 간단하게되고 그야말로 기계의 위력을 발휘하게될것은 두말할 나위도없다.

<자동 문선은 전자화의 길>
그러나「모노타이프」도구미각국에서 사용되고있는「라이노타이프」나「인터타이프」에 비하면 만족할만한것이 되지 못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근래에 이러한 기계의, 전자에 의한 자동화가급격히이루어지고있다.
문선의 속도향상과 아울러 사진식자의「프로세스」를 도입해서 고속도「오프셋」윤전기로인쇄를 하는방법이 미국서는『오늘의 과제』로 돼있다.
금속에 글자를새겨서「잉크」를 묻혀 그위에 종이를 눌러서 영인을 얻는다고 하는, 태종시대에 발명된 공정이 그후 5세기반 동안 속도가 빨라졌을 뿐 그원리에는 조금도 변화가 없었던것이 이제와서『납덩어리를 완전히없앤』인쇄술로 하나의 혁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에 우리가 한글 전용을 하게된다면 현재의「모노타이프」의 건반대신에, 지금 널리 사용되고있는 한글「타이프라이터」의 건반으로「테이프」에 구멍을 뚫어 주식기에 연결하든지, 그보다 더 나아가서 미국에서와같이 한글「타이프라이터」를IBM에연결해서사진식자「오프셋」인쇄공정을이루는것은 간단한일로생각된다.
한글전용을 하게되면 기자들이 모두 원고를「타이프라이터」로 치게 될것이며 신문에 사용되는활자도 다양한것이 생길것은 두말할것 없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기계에 의한 자동문선방법을 도입한 중앙일보는 앞으로 신문인쇄공정의 기계화에 계속 연구를쌓아 항상 우리나라에서 선봉의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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