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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주택경기에 숨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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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가 주택.건설시장의 빗장을 일부 풀었다. 주택업체 등의 불편을 해소하고 경쟁을 촉진해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침체한 주택경기의 숨통을 터주자는 의도도 담겨 있다.

그러나 재건축 규제에는 전혀 손대지 않았다. 주로 민간 임대주택과 공동주택 리모델링을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재건축 규제를 풀었다가 자칫 집값이 급등할 우려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집값을 안정시키면서 건설 경기는 살려야 하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31일 "실물경제의 선순환을 위해 주택 쪽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 주택시장 경쟁 촉진=정부가 이번에 폐지하기로 한 동시분양 제도는 원래 분양정보를 한 번에 제공하고, 비용을 절감한다는 이유로 1992년에 도입됐다. 실제로는 당시 분양시장이 과열돼 분양 경쟁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청약 경쟁률을 낮추려는 의도가 강했다.

그러나 2002년 9월 서울시 전체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점차 차수별 청약경쟁률이 소수점 이하로 떨어지자 동시분양제가 청약 활성화를 막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에 시장 현실과 민간 의견을 반영해 동시분양제를 폐지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대형 건설사의 경우 동시분양 폐지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명성과 자금이 있으므로 자체 사업장만 특화시켜 마케팅할 수 있는 데다 서울시 동시분양 일정에 억지로 맞출 필요가 없으니 분양 시기 조율 부담을 덜고 금융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형 건설사에는 장.단점이 있다. 개별 분양을 할 경우 홍보비용 부담이 늘어난다. 동시분양 때 대형 건설사의 청약 일정에 밀려 분양에 타격받던 일은 피할 수 있다.

청약자들의 입장을 보면 기회가 많아진다. 동시분양을 통해 분양 물량이 정례화되지 않으므로 발품만 팔면 유망 청약지에 중복 청약을 할 수 있다. 한꺼번에 여러 번 청약에 도전해 볼 수 있으므로 당첨 기회가 늘어난다.

정부는 이와 함께 국민주택 규모의 리모델링에 대해 세금을 감면해 주는 등 서민들이 주로 사는 소형 주택의 개량을 유도하기로 했다.

또 상업지역이나 준주거지역에 건설되는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해서는 건물 간에 오갈 수 있을 경우 하나의 건물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주상복합아파트는 한 개 동에 상가와 주거 공간을 섞지 않고, 주거동과 상가동을 분리한 뒤 이를 통로로 연결해 지을 수 있다.

이 밖에 각종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주택업체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단독주택 등 소규모 건축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표준설계 모델을 개발하기로 했다.

◆ 택지 개발 쉽게=정부는 이번에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해 민간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도 내놓았다. 토지수용 기준이 완화됐다. 기존에는 토지소유자 총수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있어야만 수용이 가능했는데 앞으로는 토지 소유자의 2분의 1 이상만 동의하면 토지수용을 할 수 있게 됐다.

결국 그동안 어떤 땅을 골라 사업을 하려고 해도, 워낙 작게 땅을 잘라 놓은 경우가 많아 모든 지주와 합의를 하고 보상을 하기가 힘들었으나 이제는 좀 더 쉽게 토지를 수용할 수 있게 됐다.

또 택지개발을 하려고 해도 도로나 학교용지 등 갖춰야 할 간선 시설이 너무 많았으나 이번에 여러 규제가 풀렸다. 정부는 3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을 지을 때 반경 1㎞ 내에 36학급 이상의 정규 학교용지를 확보토록 한 의무규정을 완화해 주기로 했다.

◆ 임대주택 활성화=임대주택에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다만 매입 임대주택보다 건설 임대주택에 혜택을 더 주기로 한 것은 '집짓기'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이종규 재경부 세제실장은 "건설 임대주택의 경우 투기목적이 적은 데다 개인자금을 주택건설로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대상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종부세 합산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되고 1가구 3주택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도 배제할 것"이라며 "4월 중 종부세법과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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