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18)잔류농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며칠 전, 어느 종합잡지에서 우리나라의 과학을 이야기하는 좌담회기사를 읽은 적이있다. 그가운데서 어떤분이 발언하기를『자유중국은 우리와는 비교도 안되는 높은 수준입니다. 우리는 도대체 얘깃거리가 안됩니다. 섭섭한 얘기입니다만…』 이런 대목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좌담회에 참석한 분들이 이론물리학자들이기 때문에「노벨」물리학상수상자를 낸 자유중국의 과학수준을 높이 평가하는것도 당연한일이라고 할수 있겠다.
나역시 섭섭한 얘기지만 나대로의 근거에 의하여 우리의 과학이 자유중국보다뒤떨어진다는것을 인정하지 않을수없는 일이 하나있다.
작년8월에 대만에들러 대만성위생시험소에 부설되어있는 잔류농약연구소(殘留農藥硏究所)를 보고 두손을 든것이다. 쌀·채소·과실등에 부착, 또는 포함되어있는 농약잔류량을 시험 연구하는 연구소가 무엇이 그리 대단해서 그러는거라고 할는지 모른다.
과학의 발전에는 반드시 그것을 받아 들일수있는 사회조직의발전이 있어야한다. 만약 과학만이 독주를하고 사회조직이 이에 따라가지 못한다면 원자탄에의하여 인류가 전멸하는 상태도 생길수 있을것이다. 생산위주로 공장만 세우다보면 중대한 공해(公害)문제를 초래하게되는것도 그 실례의 하나이다. 또 한맹독성 인합성농약을 좋다고 무턱대고 쓰기만 하다가는 중대한 농약화(農藥禍)를 입게된다.
농약을 사용하여 농산물의 증산을 이룩하는것은 물론 필요하지만 그와같은 농약을 사용함으로써 생기는 여러가지 2차적 문제에대한 대비책을 강구한다는것은 과학이 발달된 나라에서 응당 해야할 상식적인 일인 것이다.
다행히도 요즘 우리나라에서 잔류농약에관한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하고 과학기술처에서 연구비를 배당하여 우리연구원으로 하여금 우리나라의 쌀·채소·과일등의농약 잔류량에대한 기본조사를 실시하게 된것은 참으로 기쁜일이라고 아니할수없다. 보이지 않는 조사연구도 눈에보이는 고속도로의 건설못지않게 우리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건설사업이라고하는것을 강조하는 바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