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H중앙경진의 열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달 29일부터 개최중에있던 68연도 4H「클럽」중앙경진대회는 2일 시민회관에서 종합성적 1위를차지한 전남「팀」에대한 대통령상과 1단보의 밭에서 무려 2천31관의 감자를 캐낸 강원도행성군의 이종휘군에게 개인상을 수여하는등 성대한 시상식을 마치고 폐막됐다.
지육·덕육·기육·체육의네가지를 지도이념으로 하여, 그 첫글자를 따서 이름지은 4H「클럽」운동은 언제 누가 시작하였는지 정확히는 분명치 않다. 그만큼 이 운동은 미국농촌의 청소년 운동으로서 자발적이요, 또한 민주적으로 발생, 발전하였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있는 것이다. 1900년대초에 각지의 농촌청소년운동지도자들이 모여 주로 실천활동을통한 민주시민적자질을 함양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이운동은 마침내 독특한 4H의 명칭과 함께 전세계에 퍼진것이다. 이리하여 이운동은 미국안에서는 그뒤 사회와 정부의성원속에 급속하게 성장하여 60년대에는 약2백50만의 청소년회원을가진 거창한 조직으로 발전하였을뿐 아니라 전세계 70여개국에 거의 이와 비등한 수의 회원을 갖는 국제적인 조직으로 발전하었다.
한국에는 지난46년에 처음 그정신과 운영방식이 소개된후 짧은 기간안에 급속한 발전을 보아 오늘날에는 73만여명의 회원을 가진 2만5천4백개의 4H「클럽」이 조직되어활동하기에이르렀다. 이 규모는 실로 미국에 다음가는 것이다. 4H운동뿐만 아니라 각종 민간운동은 한국에 이식되자 마자 급속하게 양적으로 번식하는것을 혼히 본다. 협동조합·노동조합을 비롯하여 각종 민간단체가 순식간에 전국적으로 조직되어 그조직과 소속인원의 수로는 어떤 나라에도 부끄럽지 않을정도에 달하건만 자칫 잘못하면 내용면에서는 환영할수없는 방향으로 변질되거나 공로한 것이 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우리의 소망은 4H「클럽」운동만이라도 외연적인 발전에 못지않게, 내적인 충실이 병행하여야 하겠다는 것이다.
이 운동은 농촌의 청소년이 중심이 되어 장차 어버이의 대를 이어 더나은 내고장의 중견일꾼이 되고, 건전한 국민이 되려는 자발적인 교육운동이기에 기대하는바가 더욱 큰것임을잊지말아야한다. 빈곤의 상징같이된 한국의 농촌은 요즘에는 도시와의 격차가 더욱 확대되어서 초라한감을 더욱 짙게 하고있다. 농민, 특히 청소년들이 도시를 향하여 이농하는자가날로 늘어가고있는 현실에서 참고 견디는 온순한 농민의 재생산에 그칠것이아니라, 스스로 참다운 인간답게 살수있는 농촌을 만들어 나가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서도 그들이 기르는 닭·토끼·돼지나, 그들이 가꾸는 한포기의 작물이 더좋은 것으로 자라나게 할수있는 기능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기르고 가꾼 보람이 있게하는 유통기구가 개선확립되어야한다. 기르고 가꾸는 방법과 더불어 또는 그이상으로, 노력은 이에 해당한 충분한 보수를 받을수 있으며 그 보수를 가지고 농촌에 남아 살 수 있다는 자신을 가질수있는 바탕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와같은 바탕 위에 더많은 노력이 농촌에 번영을 가져올수 있다는 신념을, 매일의 실천을 통한 훈련가운데 체득할수 있기를 바란다. 만일 그것이 없을때 여전히 도회지에서 개최할수밖에 없는 4H의 경진대회는 오히려 도회지로의 도피행을 재촉하는것 밖에 안될것임을 경고하지 않을수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