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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어린 60년 발자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신극 60년사를 한눈에 보는 『그래도 막은 오른다』(차범석구성)가 국립극장에서 막을 올렸다(4월1일까지). 1910년대부터 50년까지를 대표하는 5편의 작품을 개막신호부터 무대구성까지 그대로 옮겨놓은 이 연극은 우리나라 연극이 자라온 발자취를 향수속에 되새기게 할 뿐이다. 그 시대의 사회상까지도 생생하게 엿보이게 한다. 해설을 맡은 장민호는 한복차림으로 작품이 바뀔때마다 당시의 연극인들을 관객석에서 무대로 불러올려 연극의 산역사를 들려준다.

<10년대> 「육혈포강도」(임성구번안·박진연출)=초라한 무대, 어설픈 대사, 뻣뻣한 연기, 그 어느것도 지금에는 낙제점이지만 그런점에서 오히려 관객의 웃음과 흥미를 사게 된다.
여배우가 없던시절 그대로 남성여역으로 나온다. 「이오네스크」등의 반극운동자들처럼 의식적으로 『이것은 연극하고 있는 것이다』고 내세우는건 아니겠지만 진짜(?) 연극하는 것을 보는 느낌이다.

<2O년대> 「아리랑고개」(박승희작·이진순연출)=개막신호가 10년대의 딱따기에서 호루라기로 바뀐다. 아리랑의 슬픈가락이 밑바닥에 흐르며 줄거리는 간사한 일인 고리대금업자에 집과 땅을 빼앗기고 사랑하는 봉이와도 헤져 북간도로 떠나는 길용네얘기. 임검나온 순사까지 울었다는 그때와는달리 관객들은 과장된 연기에 웃음을 터뜨린다.
을축년 장마에 8명의 관객앞에서도 열연했던 토월회의 상연작품.

<30년대> 「토막」(유치진작·김정옥연출)=극예술연구회의 상연작품. 연극의 모든 것을본격적인 궤도로 올려새운 작품이다. 징으로 개막신호를 울리며 느릿느릿하던 「템포」와 짜임세도 제법 빨라진다. 「아리랑 고개」와같이 일제에 대한 저항요소가 차분히 깔린다.

<40년대> 「검사와 여선생」(김춘광작·전세권연출)=이때부터 고무신 부대가 대량 진출한 것일까. 살인죄를 뒤집어쓴 여선생의 담당검사가 옛날의 애제자. 무대가 호화로와졌고 구성도 다채롭지만 내용은 역시 신파. 막간에 지루함을 덜기위한 무대앞의 촌막 희극이 그럴 둣하다.

<50년대> 「시집가는날」(오영진작·허규연출)=한국의 「코미디」론 고전이 되다시피한 작품으로 원작 희곡은 「맹진사댁 경사」. 40년대의 개막신호. 「부저」는 에밀레종으로 바뀌었다. 지금과의 거리감이 거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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