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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한 방울로 암 진단까지…“ICT 생태계 선순환 앞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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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호 23면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ICT 산업 투자를 통해 행복동행을 실천하겠다"고 밝힌 하성민 SKT 사장.

#SK텔레콤 헬스케어전략팀 조운용 매니저. 16일 하루 그는 1만127보를 걸어 465칼로리를 소모했다. 그가 손목에 찬 시계 겸용 활동량 측정기가 집계한 내용이다. 이 기록은 매시간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전송된다. 이 회사가 최근 상용화한 건강관리 서비스 ‘헬스온’이다. “팀원 13명 중에서 제가 2등이네요.” 애플리케이션은 SNS를 기반으로 한다. 지인끼리 목표 운동량을 얼마나 채웠는지 서로 비교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그날 먹은 식단을 입력하면 섭취 칼로리와 영양소가 계산되고, 목표 체중을 입력하면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가 표시된다. 혈당ㆍ혈압 측정기와 연결해 당뇨ㆍ고혈압 환자의 건강 추이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자동으로 기록되게 하는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012년 하반기 30명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해보니 3개월 만에 평균 체중이 8㎏ 이상 빠졌다”며 “앞으론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료진이 환자 건강 상태를 실시간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ICT 산업에 1조2000억원 투자하는 SKT, 왜

#유동 인구 정보를 활용해 상권을 분석해주는 서비스 지오비전. SKT가 2011년 시작한 이 서비스는 국내 빅 데이터 활용 사업의 효시 격이다. 자사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움직임을 읽어 특정 장소, 특정 시간에 어떤 연령대의 고객이 몇 명이나 오가는지를 계산해준다. 카드 회사와 신용평가사 등과 손잡고 해당 지역의 연령대별, 시간대별 매출과 상권 내 구매 패턴도 분석한다. SKT 관계자는 “이미 대형마트와 백화점, 대형은행과 생명보험회사 등이 지점을 내기 전에 상권 분석을 받고 출점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며 “자영업을 계획하는 이들에게도 필수적인 서비스”라고 말했다.

통신 기기를 활용한 건강 관리 서비스, 빅 데이터를 통한 상권 분석 서비스. 모두 정보통신기술(ICTㆍInformation&Communication Technology)을 활용한 신사업이다. ICT는 기존 산업의 새로운 성장을 촉발시키는 매개체다. 인터넷 시대에 정보기술(IT)이 기존의 산업을 밖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면, 향후 융합 기술의 시대에는 ICT 산업이 새 시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하성민 SKT 사장이 ‘행복 동행’을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열고 “ICT 융합 사업에 앞으로 3년 동안 1조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건강관리 사업은 ICT를 활용해 창출할 시너지가 가장 많은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SK텔레콤은 올 들어 건강 관리 3대 전략 분야를 선정해 사업화에 돌입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건강관리 서비스다. 이미 지난해 사업을 맡을 조인트벤처법인 ‘JV헬스커넥트’를 서울대학교병원과 함께 설립했다. 헬스커넥트가 처음 내놓은 건강관리 서비스가 앞서 소개한 ‘헬스온’. 지난달엔 분당 서울대병원과 손잡고 세계 최초로 ‘스마트 병원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병원이 마련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환자가 가야 할 병동과 지도가 스마트폰에 뜬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진료 예약은 물론이고 처방전을 받고 결제할 수도 있다. 입원 환자들은 환자 전용 태블릿 PC를 통해 ▶담당 의사의 내진 시간 ▶자신이 앓고 있는 병과 받은 처방에 대한 정보 ▶병원 식단과 향후 치료 계획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간호사에게 전할 말이 있으면 역시 태블릿 PC를 통해 대화하거나 간호사를 호출할 수 있다. SK텔레콤 임용업 헬스케어전략팀장은 “병원 입장에선 행정 처리 등의 비용을 줄이고 환자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환자도 언제 의사가 올지 어떤 처방을 받게 될지 궁금해하지 않아도 된다”며 “스마트 병원 시스템이 안정화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을 묶음으로 수출할 수 있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

모바일과 의료서비스 결합은 신성장 동력
모바일 서비스와 의료 기기를 결합해 새 사업 기회도 발굴하고 있다. 2011년 지분을 인수한 체외진단기기 전문업체인 나노엔텍이 대표적이다. 혈액을 채취해 떨어뜨리면 전립선암이나 갑상선암 등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기기다. 의료법이 개정되면 진단 결과를 의료진이 모바일로 받고 추가 진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성민 SKT 사장은 “현행 의료 시스템의 비용과 접근성이 향상되면 더 많은 이들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며 “ICT와 의학이 접목하면 저비용의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집중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빅 데이터 역시 ICT 산업의 핵심 사업 분야다. SKT는 빅 데이터라는 용어가 생겨나기도 전인 2002년부터 네이트드라이브(T맵)를 통해 실시간 교통량 예측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2011년 출시한 상권 분석 서비스 ‘지오비전’은 본격적으로 SKT가 빅 데이터 시장에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T맵과 지오비전은 수익 모델로 개발됐지만, 앞으로는 빅 데이터를 외부에 개방하겠다는 계획이다. 개방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빅 데이터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장터인 ‘빅 데이터 허브’도 구축하기로 했다. 이렇게 개방된 빅 데이터는 제3자가 활용해 창의적인 서비스나 새 사업 모델을 창출하는 데 활용될 수 있으리란 기대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SK텔레콤 이용자가 어느 시간에 어느 식당으로 주문 전화를 많이 걸었는지, 어떤 연령대의 이용자가 특정 지역에 자주 방문하는지 등의 데이터를 위치 기반의 광고에 활용하는 식이다.

특히 빅 데이터를 공공안전 등 공적인 목적으로 활용할 길도 크게 열릴 것으로 회사 측은 본다. SKT 관계자는 “112 범죄 신고 전화가 어떤 지역에서 어떤 시간대에 주로 걸리는지를 바탕으로 ‘우범 지역 알림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며 “서비스가 시행되면 범죄 예방 효과가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회 공헌 사업도 ICT를 기반으로 추진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창업을 지원하는 ‘브라보! 리스타트’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생계형 자영업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지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ICT 기반 창업을 한다면 SKT의 ICT 역량을 지원해주겠다는 계획이다. 45세 이상 예비 창업가 및 초기 창업가로 ICT 융합을 통한 기술ㆍ제조ㆍ지식서비스 분야 및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을 창업하는 경우가 지원 대상이다. 6월 10일까지 SKT 사회공헌 포털사이트 ‘T 투게더(ttogether.sktelecom.com/restart)’로 신청하면 된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ICT 분야 투자가 산업 생태계에 큰 파급 효과를 낼 걸로 본다. 문형남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는 “이동통신사의 데이터와 중소기업의 창의력이 결합한다면 새 사업 모델이 무궁무진하게 생겨날 수 있다”며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와 경쟁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손잡고 혁신적 융합 사업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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