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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사회악 근절은 시대의 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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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6·25전쟁 뒤 1950년대는 국가재건, 60년대는 경제발전, 80년대 후반부터는 민주화가 국민의 주된 관심사였다. 우리 국민은 그러한 시대적 관심사에 에너지를 결집함으로써 불과 반세기 만에 경제발전과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파생된 경제적 양극화와 사회적 불안은 어쩌면 예기된 복병이었다. 날로 커지는 국민 불안과 우려는 급기야 새 정부로 하여금 국민행복 실현의 필수 전제조건으로 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 등 국민생활안전과 관련한 소위 4대 사회악 근절을 국정과제로 제시토록 하기에 이르렀다.

 실제 통계상 전국의 성폭력 사건은 2011년 1만8499건, 2012년 1만9386건, 가정폭력 사건은 2011년 6848건, 2012년 8762건 검거로 매년 증가 추세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이나 먹거리 안전에 대한 국민 불안은 수치로 나열하지 않아도 이미 공감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렇게 볼 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4대 사회악의 근절은 국민이 갈망하는 주된 관심사이며 시대정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우리 경찰은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수립해 모든 역량을 다해 추진 중이다.

  모든 사회문제가 그렇듯이 4대 악의 경우에도 단속과 처벌만을 능사로 할 경우 자칫 또 다른 중요한 가치가 훼손될 수 있 다.

 즉 성폭력 사건의 경우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제 2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피고 피해 회복 및 지원까지 고려해야 한다. 학교폭력 사건의 경우 형사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 학생들의 장래를 고려하면서 교육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가정폭력 사건은 공권력 개입의 필요성과 그 한계 간에 합리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불량식품 사건의 경우 국민보건과 서민경제 보호라는 양쪽 가치의 침해가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백승엽 충남지방경찰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