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나이 차별 땐 큰코다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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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미국 연방 대법원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40세 이상 근로자들이 나이로 인해 차별받았다고 주장하는 경우 연방법원에서 보다 쉽게 재판받을 수 있도록 결정했다. 지금까지는 회사가 '의도적으로 차별했다'는 근거를 대야 소송이 성립돼 재판받을 수 있었다.

CNN은 대법원의 이번 결정이 40세 이상 근로자들의 연령 차별을 금지한 1967년의 연방법을 넓게 해석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회사 측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당사자들이 차별받았다고 느끼는 점을 중시했다는 것이다. 미 언론들은 이번 결정이 미국 전체 근로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40세 이상 근로자 약 750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결정은 2001년 미시시피주 잭슨시 경찰 30명이 자신들의 월급이 젊은 경찰들보다 적게 인상됐다며 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한 것이다. 이 건에 대해 연방 지방법원과 항소법원은 "연방법상 소송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었다. 그러나 병가 중인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들은 이날 5대 3으로 소송대상이 된다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동시에 소송기준을 완화한 것과 원고의 승소 가능성은 별개이며, 고용주는 나이 외에 다른 합리적 요인이 있을 경우 차별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언급했다. 실제로 이번 소송에서 대법원은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잭슨시가 정년이 짧은 젊은 경찰관들을 계속 잡아두기 위해 임금을 더 올려준 것을 연령 차별로만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이 차별 소송의 기준을 완화한 이번 결정에 대해 미국은퇴자협회(AARP) 등은 "노동현장의 연령 차별 싸움에 큰 힘을 불어넣는 것"이라며 환영했다. 반면 기업들은 소송이 증가할 경우 각종 부담도 늘어날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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