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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암환우 건강한 외모 가꾸기 돕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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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장 조주희

치료로 인해 암환우들은 다양한 외모의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수술은 신체의 변형 및 흉터를 남길 수 있으며 수술 후 대부분의 환우들은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요법을 받음으로써 머리카락, 피부 및 손발톱 등에 영향을 미쳐 탈모, 피부건조 및 피부색의 변화 등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외모의 변화로 인해 암환우들은 치료 동안 그리고 치료가 끝난 후에도 정서적, 사회적 기능을 포함한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어려움을 경험합니다.

 그 중에서도 탈모된 모습은 암환우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암환우들에게 있어 가장 대처하기 힘든 고민거리입니다.

암환우들은 탈모된 자신의 모습으로 인하여 남들이 자신의 병을 알아 차릴까 혹은 자신을 다르게 대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가능한 탈모된 모습을 숨기려 하고, 외부활동이나 대인관계를 자제합니다. 더 나아가 탈모로 인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자아신체상, 활력감, 자립감, 자신감 등 심리적인 부분에 손상을 주게 되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 복귀, 직업복귀, 대인관계, 신체적 건강 등의 신체적 사회적 영역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이것이 치료의 경과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암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높은 우리 나라의 경우 여성암 환우들은 친구나 가족들을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탈모된 사실을 숨기고 싶어합니다. 더욱이 학령기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친구의 부모님들이 본인이 암환우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나의 자녀가 소외되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외출 시 탈모를 감추는 가발을 착용하는 등의 대처를 하는 것으로 연구에서 밝혀졌습니다. 직장이 있는 암환우의 경우 가능한 질병으로 인한 외모변화를 감추고 싶어하고 탈모 회복 정도에 따라 직장 복귀 시기를 결정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탈모를 경험하는 대부분의 암환우들은 막연한 걱정 속에서 탈모 경험을 하게 되고 실제로 경험하면서 예상보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암 치료 때문에 생긴 피부변화도 마찬가지로 암환우의 일상생활, 대인관계,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암환우의 65.8%가 항암치료나 표적치료제 등 암 치료로 인해 피부관련 증상인 피부건조, 피부변색, 손톱변화, 점막염증, 손발피부증후군, 피부홍조 등을 경험하고 이것은 환우의 자신감 저하시키고 외출이나 사회 활동을 방해하며, 우울한 감정으로 발전하여 치료 순응도와 효과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실제로 긍정적인 마음으로 일상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현명하게 잘 대처하기 위한 교육이나 상담을 받고 노력한다면 그렇지 않은 환우들에 비해 훨씬 더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가 있고,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선 이미 1990년대 초부터 암환우를 위한 외모 가꾸기 프로그램이 보편화 되어 국가차원에서 제공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환우들은 항암치료 등 투병이 너무 괴로울 때에는, 곁에서 아무리 좋은 얘기를 들어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너무 우울하고 힘들 때가 있다고 합니다. 이럴 때 마음을 가다듬고 곱게 화장을 하고 외출을 하면 오히려 다시 기운이 나서 세상을 살아갈 힘이 생긴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암환우가 건강한 외모를 가꾸는 것을 도와주는 것은 환우 스스로가 일상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더 건강하고 긍정적인 자아를 만들어 가는 또 하나의 치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암환우가 무슨 화장을’ 이라는 오해의 시선보다는 그들이 겪는 외모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를 이해하고 이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장 조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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