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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 외면하는 날치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밤이새고나니 3월1일>
국회에서는 또 날치기·소란이 일어났다. 2월29일로써 회기가 끝나는 63회 임시국회가 그밤 자정을 10분남짓 앞두고 단2분간에 휘발유 세금을 갑절 올리는 석유류의세법개정안을 거수여부도 헤아릴 여지도 없이『이의 없소』의 한마디로 여·야의 육박전 속에 여당출신부의장이「통과」를 선언했다는 것이다. 밤이 새고 나니 3월 1일! 지금으로부터 49년전 민족의 자유와 국권의 회복을 위하여 왜적의 총칼앞에 맨손에 태극기 하나만을 들고 독립만세를 외치며 피를 흘리던 3·1정신을 되씹으며 선열과 의사들의 명복을 우리들 국민은 빌어야 했다.
대개의 신문들은「날치기국회」「여당과 정부의횡포」를 꾸짖으며 어처구니 없다고 표현하고 있다.『어처구니 없다』는 말인즉 법도 절차도 찾아 볼 나위없는 무질서에 말문이 막혀 버릴 따름이란 뜻일 것이다. 돌이켜보건대 지난 1월21일의 무장공비 서울침입사건과 그이틀뒤에 벌어진 미국함정「푸에블로」호 납치사건이 있은후 온국민이 생각해온바는 다시 있을수도 있는 북괴의 엄청난 재침략준비에 대비할 가장 합리적인 방위태세의 강화와 여도 야도 가릴것없는 온국민의 단결과 화합의 길을 열어야 할 것이었다고 할것인데 여당과 정부가 국회를 통하여 우리들 국민에게 보여준것이 또「날치기」였더냐고 한때『어처구니없다』 는 느낌이 한층더 깊어지지 않을수 없는것이다.
한·미간의 회담에서는 1억「달러」의 새로운 특별군사원조도 약속되었고 정부는 문제가많은 향군무장이라는 방대한 민간방위방책을 추진중이라고도 하는 이경우에 경부간의 고속도로시설을 위한 재원을위한 단 17억원때문에 서둘러서 날치기라도 해야했다는 것은 여러모로 논란되지 않을수없다.

<질서의 근원…정치질서>
한나라, 한사회의 경영에는 법과질서의 유지가 첫조건이라고한다. 법과 질서의 유지는 나라의 조직과 운영을 규정한 기본법인 헌법에의한 정치질서가 바로 서야 할것이고 그 근본이되는 것이다. 헌법의 정신과 그 규정이 유린되고서는 그외의 법의 정신이나 규정이 준수되기를 바란다는것은 기대키 어려운일이 아닐수없다. 웃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은 누구나 다 외다시피 우리들 사람된자의 상식인것이다.
입법부라는 국회가 헌법상의 엄연한 제도의 운영절차를 무시하고 단순한「다수」라는 「힘」하나로써 우격다짐을 일삼는다고 할때 이나라의 정치질서의 문란과 파괴는 국회뿐에 한할것이 아닌 중대한 영향을 전국민에게 미치게할것을 염려치 않을수 없다. 정치질서의 문란때문에 파생되는 문제는 이미 광범한 부정·부패라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거니와 이제 두달이 못가서 또 날치기가 있었다는 것은 자칫하면 법과 질서의 목적을 잃어버리게 되지나 않을까 염려되는 것이다.
문제는 행정부와 입법부가 잘조화되고 협력될수 있어야하는데 민주정치의 근본이 있는 것이다. 만일 행정부가 국회를 낮추어 본다든지 무시하는 태도라면 민주정치는 있을수없는 것이다. 물론 국회도 행정부를 존중하여야 할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독립된 위치에서 서로 어른답게 믿고 의지하고 협력하는 정신을 발휘하여야 할 것이다. 이런 경우에 여당은 여당이라고 정부의 의사만을 따른다면 그자신이 국회를 멸시하는것이 될것이다. 오히려 야당과의 절충을 보게하는일이 그 중요한 책임일 것이다. 만일 행정부와 입법부, 또 여당과 야당의 대립분열이 조절될 여지없다면 그는 결과적으로 국민의 투표에의한 신임에 배반하는것이 될 것이다.

<책임있는 설명있어야>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될것이냐. 오늘의 이사태에 대한 책임은 국민앞에 무엇이라고 변명되어야 할것이냐. 정부는 정부대로, 또 공화당은 공화당대로 여당의 책임에서 날치기가 왜 필요했으며 날치기도 정당한 것이라면 어째서 정당한것이며 또 앞으로도 있을 수 있는 것인가를 국민앞에 납득이 갈수있도록 충분한 설명을 해주어야 할것이다. 대개의 신문은 야당인 신민당의 편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날치기의 경위를 따지는데서 날치기의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음을 꾸짖고 있다. 지난 연말의 소위 28날치기때는 연말까지의 국회회기안에 예산안을 통과시켜야할 법정시한(時限)도 있었음을 지적하면서 이번 경우에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도 날치기를 아니하면 아니되었던가고 이해할수 없었다고 지적되고있다. 또 휘발유등의 석유세를 올려놓으면 그뒤에 물가와 국민 생활에 영향할바는 어떻게 할것이냐, 경부간의 고속도로는 4년후에나 완성될 것이라하고 또 4년후의 수송사정을 생각할때 그 필요는 충분히 설명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겨우 17억밖에 아니된다는 그 재원은 지금 당장에 훠발유세를 올려서 마련하는데 그 소란을 피워야만 했더냐? 그 때문이 무엇이냐? 정부와 여당은 국민앞에 책임있는 설명이 있어야할 것이다.
이때에 야당도 야당자신을 위해서나 또 정부와 여당의 자세를 바로잡기위한 정치행동으로서나 정책의 구체적인 대안을 가지고 국민의 광범한 이해를 구하도록 힘써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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