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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정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오늘은 경칩(驚蟄). 이제부터 땅이 풀리기 시작한다. 문득 한병사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제2차대전이 끝날무렵, 북「이탈리아」전선에서 있었던 일이다. 미국의 한 젊은 GI가 중상을 입었다. 그 병사를 본「이탈리아」의 어느 농부는 그를 등에 업고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는 극진히 부상병을 간호해 주었다. 그러나 상처가 깊은 그 GI는 죽음에 임박했다. 막 숨을 거두려는 순간, 그는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로 떠듬떠듬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어떻게 이 은혜를 갚을 길이 없읍니다. 저는…저는…저의 가장 소중한것을 당신에게 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은…그것은…. 』 GT는 더말을 잇지 못했다. 농부는 그의 입에 귀를 가까이하고 가만히 다음 순간을 기다렸다. 그는 탄식을하며 무엇인가 더 말을 하려고 했다. 그의 눈동자는 맑게 빛나고 있었다.
『나의…나의…고향! 「텍사스」의 빛(광) 과 물(수)과 녹색을…. 』
북「이탈리아」농부의 감동은 이루 표현할 수 없었다.
아름다운 산하! 그것은 바로 조국애이며, 어머니의 몸과 같은것이다.
벌써 2년이 넘게 우리 병사들은 외지에 주둔하고 있다. 비록 메마른 모국의 산하일망정, 못내 그것을 그리워하며 숨진 병사도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산하는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민족의 공동재산이다. 계절을 새로 맞을때마다 풍성한 자연의 변주속에 살고 있는 우리의 행복을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그 행복감은 실로 환상적인 착각에 불과하며, 우리의 주변은 너무 살벌하고 풍치가 없다. 방금 허물어질것 갈은 계곡들, 메마른 시내들, 황폐한 벌판, 그리고 그 무서운 무관심….「아름다운 조국」은 한낱 미화된 향수일뿐, 우리의 산하는 너무 삭막하다.
이제 해토가 시작되었다. 개구리는 즐겁기는커녕, 지겨울지도 모르겠다. 어느 곳에서도 그가 즐거울 자연은 찾기 힘들다. 누구도 그 아름다움을 끝끝내 잊을수 없는 조국을 우리는 가꾸어야 할 것이다. 조국에 깊은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정치를, 산하에 애정을 품게하는 가치의 창조를 국민은 목말라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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