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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오늘의 초점(1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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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민학교교육이 의무화한지 19년. 아직도 「유상의무교육」이란 딱한 테두리를 벗어나지못한채 올해도 79만8천5백명의 어린이가 국민학교를 졸업했다. 이들중 중학교에 진학하는수는 불과 38만9천4백명-. 전체 졸업생의 43%인 30만명이 상급학교 진학을 못하는것으로 문교부통계에 나타나고있다.
특히 가정교사와 과외수업, 기성회비와 수많은 승인된 잡부금속에서 자란 도회의 어린이와, 가랑잎긁기·퇴비모으기등 농번기 집안일에 매달려 겨우 6년과정을 끝낸 농촌어린이 사이엔 진학을 두고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

<지방교선 비진학 43%>
지난학년도의 경우 서울의 졸업생 8만7천6백28명중 7만5천l7명이 진학을 희망, 부산은 3만6천1백68명중 2만7천4배66명이 진학하는등 평균 94%의 진학율을 보였지만 강원도의 경우엔 4만5백87명의 졸업생중 2만2천9명이 진학했을뿐이었다.
올들어 가뭄의 피해를 극심히 겪은 전북지구는 펑균 47%의 진학율을 나타내고있어 도시와 지방의 격차는 더욱 눈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의무교육을 위해 세워진 우리나라 국민학교수는 모두 5천4백18개교. 사립96개교, 국립14개교를 뺀 5천3백8개교가 공립교이다.
최근 사립학교 「붐」 과 더불어 의무교육으로서의 국민학교교육의 목적과 그 특성에 대한 반성론이 크게 일고 있다.
일반교육, 기초교육, 보통교육을 목적으로 한다는 우리나라 국민학교 교육은「절름발이」화 된것으로 표현되고있다.
의무교육으로서 국민학교 교육을 실행한 것은 1950년 6월1일-. 당초엔 우리나라 교육이념을 민주주의에 두고, 그 교육방법은 어린이들의 자발적 활동, 이른바 「새교육」 이란 이름으로 「어린이 중심주의」 를 내세웠다. 그러나 그후 20년이 가까운 지금, 국민학교 교육실정은 진학을 의한 「입시주의」에다 그 교육의 내용과 방법마저 「교과서 외기」 와 「주입식」으로 변모해버리고 말았다.

<기회균등교육이 무색>
민주적인 교육의 기회균등이론은 사라지고, 치맛바람을 통한 차별교육이 형성되기 시작했
고, 그 경향은 사립국민학교의 귀족화와 비대화에 이르렀다. 그속에서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2부제 3부제수업의 비애를 맛보게 되었다.
교육이념이었던 인격완성, 자주적 생활능력, 민주시민적 자질, 심신의 건전한 발육등이 우등과 열등, 오만과 실의, 극단적 이기주의에다 과외공부, 참고서, 시험지, 신체허약등으로 변질되었다고 교육자들은 지적했다.
그러나 이같은 변질된 현상의 지적도 농촌어린이교육문제와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
전북김제군금산면화율리. 「버스」가 다니는 길목에서 8킬로 떨어진 화율국민학교는 21년의 역사를 간직한 학교지만 학생수는 모두 3백5명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23일, 36명의 졸업식이 있는 자리에서 개근상을 타는 학생이 한명도 없었다. 의무교육이라 하지만 그곳의 어린이들에게는 배움보다도 가족과함께 생계를 잇는것이 더중요했다. 그래서 지난 여름 가뭄때는 거의 대부분이 학교앞을 지나 집안의 논발일을 하러가야했다. 어떤때는 어린동생을 등에 업고 학교에 오는 학생들이 많아 탁아소같은 느낌을 줄때가 한두번이 아니라고 했다.
어린학생들은 부락별로 어린이농장을 스스로만들고 그곳에 피마자·옥수수들을 심어 거두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부락별·학년별 퇴비장을 만들어 서로 경쟁하는 모습은 보는 교사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기도 했다.
이들 농촌 어린이들은 낮에는 시간이 없어서 배우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농번기엔 심해 낮에 배우지 못하는것을 밤에 배우려해도 촛불켜는데 돈이 들어 가족들의 눈치를 살핀다고.

<농촌용 교재 따로해야>
학습장, 연필한자루에도 돈을 의식하는 그들이기도 했다. 교사가 가르치는것보다 5∼6학년생이 저학년생들의 공부를 맡아 자발적으로 모의시험도 치르는 특색도 농촌아니면 볼수 없는것이었다. 졸업하는 6학년 어린이들은 쓰다남은 연필, 책. 학습장을 5학년생들에게 남겨주는 전통마저 세워져 있었다.
최순식 교사는 교과서도 농촌어린이용을 따로 만들어 줄수없느냐고 했다. 4, 5학년과정에서 특히 심한 생활의 격차를 느끼게 하기때문에 시골어린이의 무작정 상경의 한 원인이 되는것도 무시못할 일이라고 했다. 이에비하면 도시의 어린이는 퐁요속의 고통을 앓고있는 셈이다.
최근 조사한 한예를보면 (서울시내 학부형1천명을 상대로 조사) 과외공부에 월5천원(48.3%)에서 최고1∼2만원(6.9%)까지 주고있음을 보이고 있다. 이들 어린이들이 4학년때부터 과외공부하는 수가 32.5%, 5학년때부티는 30.8%, 6학년때부터는 19.5%로 4학년때부터 6학년 졸업할때까지 과외수업비만도 최고 80여만원이든 어린이도 있었다.
노래하지 않는 음악공부, 그림그리지않는 미술공부를 지금의 도시어린이들은 아무런 의아심없이 받아들일수가 있게됐다.
그렇지만 농촌어린이들외 경우, 「피아노」가 무엇인지 모른다. 그들에겐 풍금이 있을 뿐이다. 「텔리비젼」이 무엇인지 모른다. 전차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그들에게는 이론만의전차, 그림만의 「피아노」 가 있을뿐이다.
국어교과서에 방송국과 「매스콤」 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들에겐 꿈의 이야기다.보다 생활에 가까운 피부로 느끼며 배울수있는 공부가 아쉽다고했다. 그래서 교육재료의 충분한 지원을 절실히 바라고 있었다.
농촌과 도시의 어린이를 함께 위한 의무교육의 실현이 앞으로의 교육행정에 문젯점이 되고있는 것이다.

<교실은 2만여개 부족>
67년말현재 전국의 국민학교 교실수는 6만1천5백여개. 소요교실 8만5천개에 비교해서 2만개가 부족하다. 그래서 3부제이상 수업하는 학교가 1백2개교, 4부제 수업의 경우 3개교가 있다. 70명이상의 어린이가 한교실에서 수업을 받는경우는 보통의 것으로 1만9천1백52개 학급이, 81명∼90명의 수용학급은9천1백11개, 1백명을 넘게 수용하고있는 수만도 2백56개 학급이나 되고있다.
절름발이 의무교육을 면하는 길은 멀고 험하다. 67년11월말 현재 국민학교 취학 아동수는 5백38만2천5백명으로 해방 당시보다 약4배증가했다. 여기에다 교원마저 부족한 실정은 법정정원보다 8천2백여명이 부족함을 드러내고있다.

<72년에나「정상교육」>
그렇지만 문교부는 이같은 의무교육의 비정상적인 현상이 오는 72년대에 끝나는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문교부는 의무교육년한을 9년으로 연장, 공립중학교를 대폭 확보 내지 증설하여 누적된 비정상 상태를 씻을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교부는 계획기간동안 총3백40억윈을 투자, 교실 4만2천3백여개를 신축 또는 개축하여 늦어도 72년부터는 모든 국민학교 어린이가 1부제수업에 콩나물신세를 면하게될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제도면에서, 정책면에서 의무교육을위한 초점의 집중이 없이는 그런의욕도 헛구호에 그칠 우려가 없지않다. 여기에 한국적인 교육이념, 실천하는 교육이념의 확립, 주체성있는 교육의 실천방안의 발국없인 이같은 의무교육의 악순환은 되풀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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